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제303회 정례회 2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심의 중인 서울시의회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며 삭감한 예산은 복원하고, 오 시장이 역점을 둬 추진하겠다는 사업 예산은 줄줄이 삭감했다.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30일 서울시의 내년 <티비에스>(TBS) 출연금을 136억원 증액하는 내용의 2022년도 시민소통기획관 소관 예산안을 수정 가결했다. 앞서 시는 티비에스 출연금을 올해 375억원에서 내년 252억원으로 123억원 삭감했는데, 다시 389억원까지 늘린 셈이다. 수정안을 발의한 경만선 시의원은 <한겨레>에 “389억원은 앞서 시가 (갑자기 티비에스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나서기 전인 8월) 시의회에 티비에스 출연동의안을 제출했을 때 제시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앞서 도시계획관리위원회도 전날 균형발전본부 소관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시가 삭감했던 도시재생지원센터 예산을 42억원 증액해 수정 가결했다.
반면 오세훈 시장이 역점 사업으로 내세웠던 ‘지천 르네상스'와 관련된 수변 중심 도시공간 예산 32억원 전액, 장기전세주택 건설 추진 출자금은 40억원 깎였다.
윤종장 시민소통기획관은 티비에스 출연금을 증액한 수정안에 부동의 의견을 밝히며 “상업광고 유치를 통해 재정자립도를 높이려는 시의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티비에스 출연금을) 증액한 예산안 자체가 (서울시에 대한) 의존율을 높이는 부분이라 안타깝다”고 했다. 도시재생지원센터 예산 증액에 대해서도 서성만 균형발전본부장이 부동의했지만 시의회 통과를 막지 못했다.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친 예산안은 오는 3일부터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심사를 거치게 된다. 조정된 예산안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상정된다.
티비에스와 도시재생 관련 예산 증액 등과 관련해 오 시장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예산안이 어떻게 결정될지는 미지수다. 시는 부동의했던 예산안이 통과될 경우 재의를 요구할 수 있지만,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시의회는 재의결로 이에 응대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시는 대법원에 예산안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다퉈볼 수 있다.
서울시장과 시의회의 이런 대립은 오세훈 1기 때인 2010년 때도 있었다. 2010년 말 시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의결하자, 오 시장은 시정협의 중단과 시의회 출석을 거부하며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이에 시의회가 조례안을 재의결하고 직권으로 조례를 공포하자, 오 시장은 대법원에 무상급식 조례 무효확인 소송을 내고 이어 이를 주민투표에 부쳤다가 자진 사퇴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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