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퇴촌면 원당리에서 발견된 태실 발굴 현장. 경기도 제공
경기도 내 조선왕실의 출산과 관련한 기록을 알 수 있는 태봉과 태실 65곳이 실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는 지난 3년간 도내 조선왕실의 태봉과 태실 실태조사한 결과를 담은 ‘경기도 태봉‧태실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9일 밝혔다. 태실은 왕실에서 자손을 출산한 뒤 길지를 선정해 태(태반과 탯줄)를 봉안하는 공간을 말한다. 태봉은 태를 봉인한 산봉우리다.
태를 봉안하는 안태 문화는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거치며 거의 사라진 데다, 관련 문헌마다 기록이 달라 실제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도는 경기문화재연구원과 문헌기록, 역사자료, 현장조사 등을 거쳐 이번에 처음으로 도내 19개 시·군에서 태봉 30곳과 태실 35곳을 확인했다. 도는 태봉‧태실 65곳에 대한 문헌 자료, 전문가 소장 자료, 조사원들이 직접 수집한 태봉‧태실 사진 등을 보고서에 수록했다.
또한 태실 보존을 위해 힘써 온 도민들의 노력과 관련 자료도 보고서에 담았다. 양평 대흥리 태실이 도굴당한 1972년 3월2일 당시 태지석(태의 주인공 이름과 출생일을 기록한 돌) 명문을 옮겨 적은 이희원(83‧양평 백안리)씨의 일기장은 대흥리 태실이 조선 성종의 왕자 부수의 태실임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이응수(67‧포천 양문리)씨는 훼손된 포천 영중면 성동리 익종 태실과 포천 영중면 금주리 태실의 실물 보존을 위해 노력했다.
도는 태실 유적에 대한 보존대책을 세워 안내판과 울타리를 설치하는 한편, 지난 11월 발굴한 광주 퇴촌면 원당리 태실처럼 지속적인 발굴 작업도 이어갈 계획이다. 이희완 도 문화유산과장은 “이번 조사보고서 발간은 3년간의 노력이 이뤄낸 성과물로, 그동안 태봉·태실을 지켜온 도민들의 숨은 노력도 발굴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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