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아침 9시30분께 인천시 계양구 경명대로를 따라 서 있던 가로수가 잘려나가 밑동만 남아있다.
멀쩡한 가로수를 베어내 말썽을 빚은 인천시 계양구의 ‘도시바람길숲’ 사업이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2일 계양구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 사업은 2020년 산림청 국비보조사업으로 선정돼 계양구 경명·계양대로의 가로수가 없는 곳에 소나무 233그루를 심고, 목백합·버즘나무 339그루를 베어낸 뒤 소나무 379그루를 추가로 심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사업을 시작한 계양구는 생육환경이 좋은 가로수도 제거 대상에 포함해 환경단체의 반발을 샀고, 이에 동조한 산림청도 ‘사업중단 행정지도’를 하면서 공사는 사흘 만인 지난달 21일 중단됐다.
이후 산림청, 인천시, 계양구, 인천녹색연합은 지난달 두 차례 회의 끝에 ‘안전 위험이 있는 가로수는 베어내고, 생육상태가 좋은 가로수는 보존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도시바람길숲 사업 취지에 맞게 활엽수도 새로 심고, 도로의 녹지 축도 확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계양구는 지난달 27일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아침 9시30분께 도시바람길숲 사업을 맡은 조경업체가 인천시 계양구 경명대로를 따라 서 있는 가로수에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녹색연합은 “공사를 다시 시작하려면 도시바람길숲 사업 계획 변경안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계양구가 이미 사업 계획과 달리 생육환경이 좋은 가로수를 제거하는 등 신뢰할 수 없는 행정을 펼쳤다는 이유에서다. 녹색연합은 또 “계양구가 공사를 재개할 때 가로수를 베어내는 이유가 적힌 안내 문구를 설치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또한, 산림청도 “가로수를 베어내는 이유를 주민들에게 충분히 공유하지 않았다”며 계양구에 다시 사업을 중단하라고 행정지도 했다.
이 때문에 계양구는 공사를 다시 시작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8일 또다시 중단했다. 불과 10일 사이에 ‘공사 시작→중단→재개→다시 중단’ 등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계양구 공원녹지과 쪽은 “시민단체와 사업 방향과 관련된 큰 틀의 합의가 있었는데, 세부 내용에서 이견이 있었다“며 “가로수를 심는 최적기는 3월이다. 이를 놓치면 가로수가 잘 자라지 않는 만큼, 사업 계획 변경안이 마련되면 재협의에 나서 공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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