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전 6시50분께 박달수씨가 인천 송도국제도시 인천대 공과대학 정류장에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여기서 화장실 가야 해요. 안 그러면 앞으로 2시간 동안 참아야 해서….”
지난달 23일 오전 8시40분께 인천 ‘8번 버스’ 운전기사인 박달수(59)씨가 송내역 기점지에 도착하자마자 다급히 뛰어내리며 말했다. 오전 6시51분께 차고를 나서 약 2시간 만에 정류장 옆 건물 1층 화장실로 뛰어간 박씨는 1~2분 만에 버스로 돌아왔다. 다시 운전대를 잡은 그는 “여기서 시간을 오래 잡아먹으면 앞으로 배차간격을 못 맞춘다”고 말했다.
8번 버스는 인천 송도 ‘인천대 공과대학’에서 경기 부천시 ‘송내역 남부’를 왕복하는 인천의 대표적인 장거리 노선 버스이다. 왕복 64㎞를 운행하는 데 4시간이 소요된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배차간격조차 맞추기 쉽지 않아, 이날 박씨도 계획보다 8분 늦은 오전 10시40분께 운행을 마쳤다. 그는 “화장실에 다녀오면 배차간격을 맞추지 못할까 싶어 운전할 때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장거리 노선 버스기사는 대부분 나처럼 허리 아니면 방광 쪽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의 다른 장거리 노선인 6-1번을 운행하는 시내버스 기사 김기태(55)씨는 “3월 배차표를 보고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대개 사흘 일하고 하루 쉬는데, 이달 일정표엔 6일 연속 근무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운행 시간이 너무 길면 집중력이 흐트러져 노선을 이탈하거나 사고 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2020년 기사 노동환경 개선 등을 위해 장거리 노선을 줄이는 쪽으로 버스노선 개편을 추진했다. 하지만 전체 노선 가운데 53%만이 개편됐을 뿐이고, 아직 전체 209개 노선 가운데 91개는 50㎞ 이상을 달린다. 한번 운행하는 데 3시간 이상 걸리는 노선도 101개로 절반에 가깝다. 인천시 버스정책과 쪽은 “(장거리를 축소하는) 노선 개편에 반대하는 민원이 많이 접수된다”고 설명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 또한 갈 길이 멀다. 시는 버스준공영제 표준운송원가 산정 방식에 따라 2018년 버스 1대당 운전기사 수를 2.45명으로 산정했지만, 기사들은 주 52시간제가 지켜지려면 버스 1대당 2.8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서울시는 버스 1대당 운전기사 수를 2.75명으로 책정하고 있다.
인천 한 버스회사의 12월 배차표. 밑줄이 그어진 부분은 주 6일 근무를 표시한 것.
이런 가운데 2019년 3월 최소 주 58시간 일했던 인천지역 버스기사 김영훈(59)씨가 연수구 자택에서 심장질환으로 숨졌고, 7일 연속 근무에 시달렸던 이정자(60)씨도 지난해 6월 퇴근 뒤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들 모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전국버스개혁노조는 인천 31개 시내버스 업체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등에 고발한 상태다. 피고발인에는 박남춘 인천시장도 포함됐다.
차두식 전국버스개혁노조 정책국장은 “기사 2명의 죽음은 장거리 운전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버스 1대당 2.45명을 책정해 결과적으로 주 52시간을 어긴 인천시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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