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기자가 인천 중구 무의도 세렝게티를 10분여간 돌아다니며 모은 쓰레기. 이 쓰레기는 집으로 가져와 분리배출 등을 통해 처리했다. 이승욱 기자
“다리가 놓이고 인터넷에 영상도 실리니까 사람들이 몰려들더라고. 그때부터 늘어난 쓰레기가 지금 보이는 그대로야.”
7일 오후 2시께 찾은 인천 무의도. 이곳은 2019년 4월 무의대교 개통으로 영종도와 연결되면서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특히 2021년부터 시작된 여행 트렌드 변화의 영향으로 백패킹(backpacking·1박 이상 등짐여행) 인구가 늘어난 것도 방문객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절경을 자랑하는 무의도 남쪽 해변은 ‘무의도 세렝게티’로 불리는 백패킹 성지다.
남쪽 해변에 들어서자 초입부터 비닐봉지와 물병, 컵라면 용기 등이 해양 부유물과 뒤엉킨 쓰레기 더미가 눈에 띄었다. 해변에 버려진 냉장고 문짝에는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제발 부탁합니다’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야영지로 가는 길 양쪽의 나무에는 ‘자연 보호. 청소 철저히 합시다’라고 적힌 스티로폼 부표가 걸려 있었다.
야영지 상황은 더 심각했다. 곳곳에 과자 봉지와 씻을 때 사용했을 물티슈가 나뒹굴었다. 풀 밑을 들춰 보니 페트병과 맥주캔은 물론 버려진 신발도 눈에 띄었다. 텐트 고정용 ‘텐트팩’도 흩어져 있었다. 기자가 15분 동안 쓰레기를 주워보니, 비닐봉지(약 8ℓ 용량) 3개가 꽉 찼다.
현지에서 만난 이규철씨는 “백패킹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참 안타까운 풍경이다. 아직 국내에 백패킹 문화가 활성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동호인들의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을 자주 찾으며 쓰레기 줍기 자원봉사를 해왔다는 김재권씨는 “지난해 말부터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전국적인 명소가 돼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서도 백패커들이 몰려오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7일 인천 중구 무의도 세렝게티로 가는 입구에 있는 쓰레기 더미. 이승욱 기자
백패킹으로 소문난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찾은 인천 옹진군
굴업도 개머리언덕에서도 야영지 곳곳에서 물티슈와 휴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굴업도 주민 이해왕씨는 “백패킹을 하는 곳에 화장실이 없으니 다들 물티슈를 이용한다. 물티슈는 잘 썩지 않은 재질이니 계속 쌓여만 간다”고 했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행정력이 닿지 않아 안타까운 상황이다. 쓰레기를 치우는 사후 조처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백패킹 지역에 쓰레기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백패킹 명소의)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자치단체들이 좀 더 광범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인천 옹진군 굴업도 개머리언덕에서 확인한 물티슈. 이승욱 기자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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