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인천 중구 월미공원에서 열린 ‘월미도 원주민 희생 추모행사’에 참석한 시민이 월미도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 이승욱기자
“인천상륙작전 과정에서 강제 징발된 땅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줄 책임과 의무가 정부에 있습니다.”
16일 오전 10시30분 인천 중구 월미공원 제물포마당에서 ‘월미도 원주민 희생 추모행사’가 열렸다. 인천상륙작전 중 미군 폭격으로 희생된 월미도 원주민 피해자를 기리고, 전쟁이 끝난 뒤 주한미군, 국방부 등에 땅을 강제 징발당한 원주민의 귀향을 요구하는 행사다.
한인덕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우리는 전쟁과 침략자를 원망할 뿐, 그 날의 작전(인천상륙작전)은 원망하지 않는다”며 “다만 이제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내가 나고 내 부모, 형제, 가족이 전쟁의 화염 속에서 유명을 달리한 땅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인천상륙작전을 위한 포격 과정에서 피해를 본 희생자가 100여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 중 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신원이 밝혀진 희생자는 10명뿐이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미군은 인천상륙작전 중 민간인 희생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 없이 월미도 전체를 무차별 폭격하고 주민들에게 기총소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존 원주민들은 휴전 이후 월미도가 군사기지로 사용되면서 자신들이 살던 땅에서 쫓겨났다. 국방부는 지난 1970년 미군으로부터 월미도를 반환받는 과정에서 민간 토지가 있음을 전달받았지만 해군을 주둔시키며 국가 소유로 보존 등기하기도 했다. 이후 월미도는 2002년 인천시가 사들인 뒤 월미공원으로 탈바꿈했다.
2020년 인천시가 ‘월미도 원주민 생활안정 지원 조례’를 만들어 지원금을 지급하고 위령비도 세웠지만, 대책위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한인덕 위원장은 “국방부를 상대로 월미도 원주민의 귀향을 지원하라는 소송에서 패소한 뒤 국방부는 사태 해결에 뒷짐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과거 자신들이 살던 곳에 공원이 생긴 만큼 대체부지를 원하고 있다. 대책위와 월미도 원주민 지원 조례를 제정한 안병배 전 인천시의원도 “진실화해위 권고에 따라 위령비를 하나 세울 때도 정말 힘들었다. 대책위에 소속된 분들도 지금 37명에서 25명으로 줄었다.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인천 중구 월미공원에서 열린 ‘월미도 원주민 희생 추모행사’에서 한인덕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장이 추모사를 읽고 있다. 이승욱 기자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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