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산하 출연기관 중 세곳을 통폐합 대상에 올리면서 해당 기관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통폐합 리스트에 오른 기관 직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지 않고 통폐합 관련 용역을 맡긴 경영컨설팅 업체와 해당 기관장에게 넘겼다.
2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최근 출연기관 경영 효율화 방안 연구를 맡긴 용역 업체와 계약을 한 달 가량 연장하면서 통폐합 대상 기관 직원들의 의견 청취를 주문했다. 용역을 의뢰받은 경영컨설팅 업체 ㅂ사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황 분석 단계에서 이미 기관별로 의견은 들었다. 서울시가 통합 대상 3개 기관 노조 얘기를 더 들어달라고 요청해 용역 기간이 연장됐다”며 “노조 또는 기관 의견을 최종 보고서에 한두 장 정도 요약해서 넣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는 지난 7월 작성한 용역 중간보고서에서 ‘50플러스재단’과 ‘공공보건의료재단’, ‘서울기술연구원’을 각각 ‘평생교육진흥원’, ‘서울의료원’, ‘서울연구원’에 통폐합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권소현 서울시 공기업담당관도 “노조 의견뿐만 아니라 기관 의견, 출자·출연기관 운영심의위원회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용역 업체가)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0월15일 ㅂ사와 1억8700만원에 ‘출연기관 경영 효율화’ 연구용역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지난 21일 열린 출자·출연기관 운영심의위원회에 통폐합 대상 기관 노조는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안건은 ‘출연기관 혁신 및 경영 효율화를 위한 의견 청취 및 논의’였다. 회의 참석자 중 통폐합 대상 기관 쪽 인사는 서울기술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이 유일했다. 운영심의위는 오는 28일과 다음달 4일 열리는 회의에선 각각 50플러스재단과 공공보건의료재단 쪽 인사를 각각 부를 예정이다. 다만 서울시는 각 기관에 보낸 공문에서 ‘직원을 포함해 기관 의견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노조 등 직원 의견 수렴을 각 기관장에게 넘긴 셈이다.
조요한 공공운수노조 서울기술연구원지회장은 “서울시 담당자는 노조 대표는 운영심의위 참석 대상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직원 과반수를 대표하는 직원 대표라고 말해도 소용없었다”며 “서울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노조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50플러스재단의 정재수 지회장도 “노조 의견을 정책 결정 당사자인 서울시가 듣지 않고 용역업체에 (의견 수렴을) 맡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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