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1일 인천 동구 배다리 헌책방거리에 있는 대흥이발관 모습. 대흥이발관은 최근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 임대료를 일부 올려 새로 임대차 계약을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지원이 임대료 상승만 불렀다?
인천 동구의 ‘배다리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 사업’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동구는 배다리거리 활성화를 위해 이곳에 자리 잡는 청년·예술인에게 3년 시한으로 월세의 최대 80%(연간 600만원 한도)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까지 30개 업체가 월세 지원금을 받으며 영업 중이다.
문제는 동구의 보조금 지급 이후 배다리거리 주변 임대료가 상승했다는 점이다. 이 지역의 시민단체 배다리위원회가 29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에 응한 17개 업체 중 3곳은 임대료가 올랐고 4곳은 임대료 인상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1곳은 건물주가 바뀐 뒤 이전 요구를 받았다고 답했다. 설문 대상 업체는 과거부터 영업을 해온 곳이어서 보조금 지원 대상은 아니다.
임대료가 올랐다고 응답한 업체 3곳의 월세 변화는 30만원→35만원, 50만원→60만원이며 나머지 1곳은 3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두배 뛰었다. 임대료 인상 요구를 받은 4곳은 요구 월세 인상액이 20만∼40만원이라고 답했다.
이미 1∼2개 업체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상가를 이전하기도 했다. 동구의 보조금 지원 사업이 지원 대상이 아닌 주변 업체의 임대료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게 배다리위원회의 판단이다.
지원을 받은 업체들은 ‘보조금 지원 종료 뒤’를 걱정한다. 지원을 받은 업체 중 설문에 응답한 25곳 가운데 ‘도움이 됐지만, 지원 종료가 끝났을 때가 걱정’이라는 응답이 13곳으로 가장 많았다. ‘지원 종료 뒤 계속 영업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10곳)는 응답은 물론, ‘이전·폐업을 결정했다’고 답한 업체도 2곳 있었다. “최근 임대료가 올랐다” “(월세 지원 외에) 동구의 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업체도 있다. 배다리위원회는 설문 참여 업체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배다리마을은 1960~1970년대 한국전쟁이 끝난 뒤 학구열이 있는 이들이 몰려가던 헌책방이 많은 곳이었으나 그 뒤에는 공실이 늘어나는 등 쇠락했다. 역사·문화적 의미가 있으나 쇠락한 거리를 되살려보려는 동구의 보조금 정책이 임대료 상승이란 부작용을 낳으며 논란에 선 셈이다. 배다리위원회는 “관이 주도하는 ‘관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배다리마을에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단체는 “(동구의 지원 사업) 평가회를 열고 성과와 한계를 공유해 앞으로의 정책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구 쪽은 “2019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활황 영향으로 임대료가 오른 측면이 있다”며 “그동안 코로나19 영향을 받아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열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마을 축제나 공공예술 프로젝트 등을 펼쳐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다리거리 임대료 상승 원인이 보조금 사업 탓이라기보다는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활황 영향이며, 내년에는 배다리거리 입주 업체들의 매출을 늘리기 위한 프로그램을 펼쳐나가겠다는 뜻이다.
글·사진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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