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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옆 송현동 터에 지하주차장 짓자고?

등록 2019-06-11 20:17수정 2019-06-11 20:43

종로구, 송현 숲·문화공원 조성 토론서
공원 조성과 함께 지하 주차장 제안

전문가 “차량 유발·경관 훼손” 지적
대한항공 터 매입문제는 해결 안돼
한진그룹이 매각 의사를 나타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땅(3만6642㎡). 종로구 제공
한진그룹이 매각 의사를 나타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땅(3만6642㎡). 종로구 제공
한진그룹 산하 대한항공이 소유해오다 최근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송현동 경복궁 옆 옛 미국대사관숙소 터(3만6642㎡)를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시민들을 위한 숲을 조성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가 이곳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자고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곳에 주차장을 만들면 오히려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이 늘어 교통난이 심화되고, 경복궁 주변 경관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로구는 11일 오후 광화문 트윈트리타워에서 ‘송현 숲·문화공원 조성 토론회’를 열어 “송현동 땅에 숲과 문화공원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숲을 만들어 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을 마련하고 경복궁 등 인근 문화 자원과 연계해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종로구는 이곳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경복궁과 인사동 등 도심을 찾는 단체 관광객 버스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버스 100대와 승용차 4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주차장을 만들자는 것이 구의 구상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경복궁 인근에 줄지어선 관광버스가 도심에 유해가스를 내뿜어 지나가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피해를 입고 있어서 지하 주차장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하 주차장 건설이 도심 차량 통행을 늘리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고, 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지하 주차장을 만들면 사대문 안 교통 수요를 더 늘어나게 해 도심은 더욱 혼잡해질 것이다. 도로 줄이고 주차장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종로구민들의 삶의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이 매각 의사를 나타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땅(3만6642㎡). 종로구 제공
한진그룹이 매각 의사를 나타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땅(3만6642㎡). 종로구 제공
지하 주차장이 경복궁 일대 경관을 훼손하고 시민의 접근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종묘 앞 주차장 진출입로는 세계유산 경관을 훼손하고 종묘와 시민을 단절하고 있다”며 “송현동 터에 지하 주차장을 만들면 종묘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송현은 ‘소나무 숲 언덕’이란 뜻으로 이곳은 과거 권력과 시민의 완충지대였다”며 “시민의 휴식공간인 소나무공원으로 만들어야지, 무분별한 지하 개발은 또 다른 환경 재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광버스를 위한 주차장 필요성이 점점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연택 한양대 교수(관광학)는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들의 관광 양상도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바뀌고 있다”며 “당장 단체 관광 버스가 많더라도 더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어느 도시에도 도심 안에 관광 버스를 위한 주차 공간을 마련해 놓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종로구의 지하 주차장 건설 계획은 서울시의 ‘보행특별시’ 정책과도 배치된다는 점에서도 논란거리다. 서울시는 도심 안 차량 이용을 줄이기 위해 4대문 안을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겨레> 등과의 인터뷰에서 “4대문 안에 주차장을 짓지 않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여러차례 밝히기도 했다.

주차장 건설 논란과 함께 약 5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송현동 부지를 공공이 매입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종로구는 물론, 서울시도 자치구 한 해 예산에 맞먹는 부지 매입 비용을 부담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종로구를 지역구로 둔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부터 정부에 송현동 부지를 좀 사라고 권유하고 있다. 당장 돈이 없으면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사야 한다”고 정부의 송현동 땅 매입을 촉구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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