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 부천시의 한 모텔에서 프로포폴 등 마취제를 투약한 상태로 3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이 남성의 여자친구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여성·강력범죄전담부(부장 이현정)는 위계승낙살인 등 혐의로 경찰에서 송치한 전 간호조무사 ㄱ(31·여)씨의 죄명을 살인 등으로 변경해 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해 10월21일 오전 11시30분께 부천시 한 모텔에서 남자친구 ㄴ(30)씨에게 마취제 등을 투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ㄴ씨의 오른쪽 팔에서는 두 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으며 모텔 방 안에서는 여러 개의 빈 약물 병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ㄴ씨는 마취제인 프로포폴, 리도카인과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을 치사량 이상으로 투약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인은 디클로페낙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사건 당시 ㄴ씨와 모텔에 함께 있던 ㄱ씨도 검사 결과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치료농도 이하로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ㄱ씨가 ㄴ씨에게 치사량 이상의 약물을 투약하고 자신에게는 치료농도 이하의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보고 위계승낙살인죄 등을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위계승낙살인죄는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처럼 속여서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살해한 경우 적용한다. ㄱ씨는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는데 남자친구만 숨졌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ㄱ씨와 ㄴ씨가 동시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ㄱ씨와 ㄴ씨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와 ㄱ씨의 인터넷 검색어 기록 등 각종 객관적 증거로 미뤄볼 때 동반자살을 할 이유가 없었다”며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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