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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찾동 방문간호사인데…먼저 일한 사람이 손해?

등록 2019-11-28 04:59

먼저 파견돼 일하던 ‘무기계약직’
법 개정 뒤 채용된 ‘공무원’과 차별
임금·수당은 물론 고용도 불안정

청소 등 본업 무관한 잡무 지시에
가정 방문 땐 폭언·성희롱 시달려
서울시 “간호직 공무원과 다른 노동”
간호사들 “실제 업무 다르지 않아”
찾동에서 정신질환 상담이 크게 늘면서 지역 차원의 정신건강 돌봄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높다. 사진은 구로구정신건강증진센터 이동상담소에서 정신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사람들 구로정신건강증진센터 제공
찾동에서 정신질환 상담이 크게 늘면서 지역 차원의 정신건강 돌봄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높다. 사진은 구로구정신건강증진센터 이동상담소에서 정신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사람들 구로정신건강증진센터 제공
오진아(가명·46)씨는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방문간호사로 2015년부터 일했다. 동주민센터가 주말에 축제 등 각종 행사를 열면 주말에도 출근했다. 눈이 많이 내릴 땐 주민들에게 염화칼슘을 나눠주고, 한밤중에 제설작업에 동원되기도 한다. 찾동 방문간호사인 김희수(가명·55)씨도 한 달에 한 번 아침 7시까지 출근해 동주민센터의 동네 청소에 동원된다. 모두 방문간호사의 본업인 방문건강관리 업무와 무관한 일이다. 이들은 “대체로 본업과 무관한 일을 할 때면 시간외수당도 받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찾동 방문간호사들은 보건소 소속이지만 동주민센터로 파견돼 일한다. 근무 형태는 무기계약직이다. 보건소의 전담 방문건강관리인력을 공무원으로 고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지난해 지역보건법이 개정되면서 방문간호사를 공무원으로 채용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올해부터 신규 방문간호사를 8급 공무원으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기준 동주민센터에 파견된 찾동 방문간호사는 모두 576명으로, 이 가운데 무기계약직이 522명이다. 나머지 54명이 올해 채용된 공무원이다.

문제는 사실상 같은 일을 하지만 이들 방문간호사 사이에 차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똑같은 방문건강관리 업무를 하지만, 무기계약직의 임금은 정규직 공무원의 약 85% 수준이다. 고용도 정규직에 견줘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본업이 아닌 일을 해도 정규직은 시간외수당을 받지만 이들은 받지 못한다. 방문간호사 김시현(38)씨는 “무기계약직과 공무원 간호사 모두 간호사 면허가 있고 하는 업무도 똑같은데 조금 일찍 방문간호사로 일했다는 점에서 차별을 받는 것은 문제”라며 “오히려 임상 경험은 기존 방문간호사들이 더 풍부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무기계약직 방문간호사의 절대다수는 정규직과의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26~27일 현직 방문간호사 3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98.5%(391명)가 ‘정규직과의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경험한 차별(복수응답)로는 임금 차별이 87.5%로 가장 많았고, 복리후생 차별(83.4%), 환자정보·공무원 행정망 접근권 제한 등 권한에 대한 차별(79%), 업무 분장에 대한 차별(46%) 등이 뒤를 이었다.

처우뿐만 아니라 근무 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69%(275명)가 ‘동주민센터·보건소의 상급자로부터 불합리한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복수응답)고 응답했고, ‘과도한 실적을 강요받았다’, ‘업무와 무관한 잡무 지시를 받았다’ 등의 응답도 각각 73.8%, 50.9%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54%는 ‘방문건강관리 업무를 하다가 방문 대상자로부터 폭언과 성희롱·성추행, 폭행 등의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무기계약직 방문간호사의 처우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서울시 관계자는 “간호직 공무원은 지역 단위의 보건·건강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게 될 것”이라며 “기존 찾동 방문간호사와 다른 업무를 맡게 되기 때문에 동일노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동주민센터에서 일하는 방문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무기계약직 방문간호사들은 “우리는 실제 업무에서 간호직 공무원과 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며 “서울시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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