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존경각이 소장하고 있는 ‘선조 기축년사초\'. 서울시 제공.
<승정원일기>의 초고로 추정되는 ‘선조 기축년사초'가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다. 조선왕실은 날마다 임금이 국정을 논의한 문서와 사건, 내용과 과정 등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해 승정원(조선시대 왕의 비서기관)에 보관했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전 <승정원일기>는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없어졌다. 또 임진왜란 이후 기록된 일기도 1624년 이괄의 난으로 대부분 불에 타 선조 시절 <승정원일기>는 전무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성균관대 존경각이 소장한 ‘선조 기축년사초’가 현재 전해지지 않는 임진왜란 이전의 <승정원일기>를 엿볼 수 있는 희귀한 1차 사료로 보고 서울시 유형문화재 456호로 지정해 보존할 것이라고 5일 밝혔다. ‘선조 기축년사초’에는 임진왜란 이전인 조선 선조 22년(1589) 7월29일부터 그해 9월27일까지 38일의 기록이 담겨있다. 승정원을 거쳐 처리된 왕명과 행정 사무 등이 그 날의 날씨와 함께 쓰여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임금의 명령(전교) △승지나 대간 등이 임금에게 올리는 글(계사) △신하들이 국정을 논의해 임금에게 보고한 결과(헌의) △경연에서 나온 임금과 신하의 대화 등이 있다.
서울시는 <승정원일기>와 내용과 형식이 유사한 이 사초가 일기를 쓰고자 기록된 초고로 추정하고 있다. 사초에는 승정원 주서(기록 담당 관직)가 문장을 새롭게 넣고, 내용을 지우고 다시 쓰고, 날짜 순서를 바꾼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남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조 기축년사초는 <승정원일기>의 초고로 추정되지만 <조선왕조실록> 기재방식과 유사하다 보니 학계의 연구가 보다 더 필요하다. 급하게 기록한 사초는 대부분 버려지기 때문에 선조 기축년사초는 희소성에서도 가치가 있다 ”고 밝혔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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