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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태움 사망’ 결론 뒤집는 내부 의견 모은 서울의료원

등록 2020-01-03 04:59수정 2020-01-03 21:14

고 서지윤 간호사 극단선택 원인
의료원 혁신위 “단정 어렵다”
박원순 시장 제안한 추모비도
“매우 부정적” 의견 내놔…
노조 “노조원 없는 깜깜이 논의…
세월호 사건과 다를 바 없어” 반발
2019년 1월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고 서지윤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 출범 및 진상조사위원회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9년 1월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고 서지윤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 출범 및 진상조사위원회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고 서지윤 서울의료원 간호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태움’(간호사들 사이의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온 지 두달 만에 서울의료원 혁신위원회가 내부적으로 “서 간호사의 사망 원인은 태움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민기 원장이 지난달 물러나고, 의료원 쪽이 태움 근절을 위한 ‘간호사 지원 전담팀’을 신설하기로 하는 등 자구책을 내놨지만, 실제로는 구조적 문제를 숨기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장유식 서울의료원 혁신위원장은 최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진상대책위에서 태움으로 결론지은 내용 가운데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에서 일부 무혐의가 나온 지점도 있다”며 “가해자도 불명확하고, 서 간호사에게는 태움과 관련 없는 개인적 스트레스도 있다. 혁신위원 실질적 입장은 태움이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지난해 9월6일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진상대책위원회(진상대책위)가 내놓은 결과와 상반된 입장이어서 논란이 인다. 당시 진상대책위는 서 간호사의 사망 원인을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사망”이라고 결론 내렸다. 진상대책위는 외부 의료계 인사, 노동사회단체, 인권시민단체, 법조인 등 11명으로 서울시가 꾸린 조직이다. 혁신위는 진상대책위가 권고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서울의료원 쪽이 기획조정실장 등 의료원 고위급 인사를 비롯해 서울시 공무원, 변호사 등 13명으로 꾸렸다.

혁신위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9월6일 유족에게 제안한 추모비 설립에도 내부적으로 “매우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겨레>가 이언주 무소속 의원을 통해 확보한 ‘서울의료원 혁신대책위원회 3차 회의 결과보고’를 보면, 혁신위는 “추모비 설립은 매우 부적적임”이라고 밝혔다. 이 회의는 지난해 11월18일 열렸다. 장 혁신위원장은 “(추모비를 보며) 구성원들이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돼 상처 입을 우려가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지난달 2일 혁신위는 추모비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고 서지윤 간호사 1주기 추모제가 2일 서울시 중랑구 서울의료원 1층 로비에서 열렸다. 서 간호사 동생 서희철(29)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강재구 기자
고 서지윤 간호사 1주기 추모제가 2일 서울시 중랑구 서울의료원 1층 로비에서 열렸다. 서 간호사 동생 서희철(29)씨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강재구 기자
노조는 반발하는 상황이다. 김경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 분회장은 “추모비를 보면서 사람들이 계속 서 간호사의 사건을 생각해야 하는데, 의료원은 지우고 잊고 덮으려 한다. 세월호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혁신위가 진상대책위의 권고안 이행을 위한 회의를 비공개·깜깜이로 논의했다”며 “혁신위에는 노동자 쪽 위원은 없다. 혁신위 명단을 진상대책위에 공개하지도 않은 서울시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혁신위는 고인 예우와 유족위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태도다. 장 위원장은 “혁신위원들의 다수는 태움에 대해 단정짓기 어렵다는 의견이지만, 혁신위는 대책위 결론을 100퍼센트 수용한 전제에서 혁신안을 검토했다”며 “법적인 어려움을 적극행정으로 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일 오후 서 간호사의 1주기 추모제가 서울의료원 1층 로비에서 열렸다. 서 간호사의 동생 서희철(29)씨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진상대책위의 발표가 나왔는데도 서울의료원은 받아들이지 않고 태움으로 사망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몰고 가고 있다”며 “하루빨리 추모비가 설립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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