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구립용산장애인복지관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참석자들. 서혜미 기자
대한성공회 유지재단이 수탁 운영하는 서울 용산구의 구립용산장애인복지관이 장애인들을 위한 급식소 운영을 2월8일부터 잠정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급식소 조리노동자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복지관 쪽이 법을 위반해 영업한 사실이 드러나자 내린 결정으로 이곳을 이용해 온 장애인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는 30일 오전 10시 용산장애인복지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복지관은 장애인의 피해를 주는 일방적인 식당 폐쇄 방침을 철회하고 정리해고와 노조탄압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복지관쪽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번에 50명 이상에게 밥을 제공하는 집단급식소를 설치·운영하려면 관할 구청장 등에게 설치 신고를 해야 하고 영양사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복지관에서 식사하는 인원은 58명이었다. 노조 쪽은 복지관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설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용산구에 지난해 11월 알리기도 했다. 이에 용산구는 11월27일 현장 지도점검을 벌인 뒤, 복지관에 “집단급식소 신고를 하라”며 시정 명령을 내렸지만 후속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자 처우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리노동자 김명자(60)씨는 복지관이 개관한 2009년부터 지금까지 급식소에서 음식 조리업무를 담당해왔다. 김씨는 “성공회재단이 운영하기 전 계약서를 쓸 때는 기능직으로 근로계약서를 썼는데, 재단이 2011년부터 고용직으로 강등시킨 뒤로 조리사가 아닌 취사원 신분으로 월급을 적게 받고 있다. 제대로 된 직급을 적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현재 김씨가 적용받고 있는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지급기준을 보면 조리사는 6급, 취사원은 7급이다. 2019년을 기준으로 10호봉을 적용하면 6급 월급은 244만3천원, 7급 월급은 232만4천원으로 약 12만원 차이가 난다.
복지관은 예산이 없기 때문에 급식소 운영을 잠정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다. 복지관 관계자는 “재단과 용산구 등에 영양사 고용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모두 어렵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급식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노동자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성공회가 위탁 운영하기 전인 2009년 당시 법인이 잘못된 직제로 취사원을 뽑은 것”이라며 “이를 바로 잡은 것이지, 처우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복지관 쪽의 대응에 이용자들은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일부 보호자들은 지난 27일부터 복지관 직원과 이용자 등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한 장애인의 보호자인 최 아무개(60)씨는 “이용자들에게는 식당 운영 중단에 대한 사전 공지도 없었다”며 “49명 이하로 식당을 운영하자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복지관 쪽은 안 된다고만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지난해 용산장애인복지관은 투명하게 관리해야 할 후원금을 공식 회계가 아닌 비공식 통장에 관리한 뒤, 성공회재단으로 보내는 회계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