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과 중국한국인회 관계자 면담. 서혜미 기자
중국에 있는 한국 교민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을 구하지 못해 시급한 지원이 필요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중국한국인회 총연합회 회장 등 중국교민모임 관계자 9명을 만나 면담했다.
박원우 중국한국인회 총연합회 회장은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마스크가 없어 면 티셔츠를 잘라 봉제해 나눠줬고, 손 세정제가 없어 알콜을 희석해서 쓰거나 50도짜리 중국 백주를 손세정제로 대신 쓰는 어려움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식 광저우 한국인회 회장은 “지금 중국은 마스크가 없으면 밖에 못나오게 한다”며 “20년, 25년씩 삶의 터전을 잡은 분들이 터전을 버리지 못해 못나오는데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마스크 내지는 의료품이 없다”며 의료품 지원을 요청했다.
신동환 천진한인회 회장은 “공장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교민들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며 “저도 내일 들어가려고 하는데 어제, 그제 오기로 했던 마스크들이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며 마스크 품귀 현상에 대해 발언했다.
교민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겪게 될 경제적 피해도 우려했다. 박원우 회장은 “사드 때문에 3년 동안 고통받았고 작년에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1년간 고생했다”며 “이제 좀 나아졌나 싶었더니 올해 초부터 바이러스까지 오니까 폭탄을 맞은 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정치권과 언론의 중국 폄하를 멈춰달라는 호소도 나왔다. 전용희 산동연합회 회장은 “세계적인 공식 명칭이 신종코로나인데 그 명칭을 쓰지 않고 ‘우한폐렴’이라고 하면 중국인에 대한 폄하가 된다”고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우한폐렴’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 행태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 전 회장은 “언론에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이 없다고 아우성 쳤는데, 이제 중국인 입국을 봉쇄하고 차단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중국에 있는 80만 교민들이 겪게 될 상황을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중국 교민들의 발언을 들은 뒤 박원순 시장은 “물자 부분은 비축하고 있는 물량들을 확인해 어느 정도 지원할 수 있는지 검토 후 보내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어 박 시장은 “중국인들이 많이 쓰는 말 중에 설중송탄이라는 말이 있다”며 “중국인들은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갚는다는 전통과 인식이 있는데 열심히 노력해서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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