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마스크 착용 의무화 첫날인 13일 오전 8시30분께 서울역에서 시청역으로 향하는 1호선 열차에 시민들이 가득 차 있다. 열차 안에 일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옥기원 기자
서울 지하철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행된 첫날인 13일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이 역무원의 제지를 받고 마스크 구입처로 안내되거나 뒤늦게 가방에서 마스크를 꺼내는 모습들이 펼쳐졌다. 대부분 승객은 “지하철 내 마스크 착용은 이제 일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출근 시간대인 오전 7~9시께 유동 인구가 많은 2호선·5호선·분당선·경의중앙선 환승역인 왕십리역에서는 20여명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13일부터 열차 내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인 ‘혼잡도 150%’ 이상일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승차를 제한하기로 했다.
왕십리역에서 마스크 착용을 점검한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50대 남성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직원들이 착용을 권고했고 ‘깜빡하고 준비를 못했는데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물어 바로 주위 마스크 판매 자판기로 안내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 20대 여성도 마스크 없이 탑승하려다 안내를 받곤 바로 가방에서 꺼내 착용했다”고 덧붙였다.
출근 인구가 많은 4호선·우이신설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도 일부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지하철에 탑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역은 이날 혼잡도가 130% 가량이라 ‘의무화’ 대상엔 들지 않았다. 한 직장인(29)은 지하철에 타기 직전 발길을 돌려 매점에서 일회용 마스크를 구입하기도 했다. 그는 “승차 제한때문만이 아니라 회사에서 일할 때도 마스크가 필요한데 아예 두고 와서 사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역과 시청역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소수 시민들이 눈에 띄었지만 탑승 게이트에서 확인하는 인력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하철 이용시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하고 미착용시 이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사람이 많이 탔을 경우 다음 차량을 이용해달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대부분 시민은 의무화 시행과 무관하게 마스크 착용을 일상화하는 모습이었다. 2호선 을지로입구역 김재혁 역장은 “역무원 9명이 오전 6시부터 승차 분산 안내 등을 위해 현장에 있었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을지로3가역에서 만난 김아무개(26)씨는 “의무화하는지는 몰랐는데 이제 마스크는 출근길엔 무조건 챙긴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부터 ‘여유’ ‘보통’ ‘혼잡’ 등 지하철 내 혼잡도 정보를 승객에게 매일 제공하는 ‘혼잡도 예보제’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누리집과 지하철 앱 등을 통해 전날 6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분산을 유도하기 위한 조처다. 그러나 승객 가운데 예보제를 모르는 이들이 적잖았다. 종로3가로 출근 중이던 박아무개씨는 “예보제를 모르고 있었는데 안다 하더라도 촉박한 출근 시간에 혼잡도 때문에 더 기다리거나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혜미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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