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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도권

해병대가 지키는 ‘탈북 루트’ 교동도, 한켠 대룡시장엔 관광객 ‘북적’

등록 2020-07-28 04:59수정 2020-07-28 12:01

다시 관심 끄는 ‘입·탈북 루트’ 강화 교동도, 어떤 곳이길래
북 황해도 연백과 2.5㎞…주민 실향민 많아
대룡시장·연산군 유배지 등 관광지로 인기
인천 강화군 교동도 들녘과 바다 건너 2.5㎞ 떨어진 북 황해도 연백평야에서 벼가 파랗게 자라고 있다.
인천 강화군 교동도 들녘과 바다 건너 2.5㎞ 떨어진 북 황해도 연백평야에서 벼가 파랗게 자라고 있다.

해안선 길이 36㎞로 강화도 북서쪽에 자리한 교동도. 강화 부속섬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섬 속의 섬’이다. 바다 건너 북쪽으로 약 2.5㎞ 떨어진 곳이 북 황해도 연백군(현 황해남도 연안군)으로,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이기도 하다. 수심이 얕고 물살이 세지 않아 강화도와 함께 과거 여러 차례 입북과 탈북 루트로 활용돼왔다.

지난 26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에서 가장 높은 화개산(260m) 정상에서 바라본 북쪽의 바닷길은 물보다는 개펄이 훨씬 많이 드러났다. 바다 건너 연백평야에는 토양이 비옥한 교동도 들녘과 경쟁이라도 하듯 짙푸른 벼가 자라고 있었다. 남쪽으로는 석모도, 주문도, 아차도와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마지막 종착지인 볼음도, 말도가 눈앞에 나란히 펼쳐졌다.

6·25 전쟁전 같은 생활권으로 왕래가 잦았던 연백과 교동 지역은 분단 이후에도 탈북민들이 물때에 맞춰 수영으로 월남하는 사례가 잦은 편이다. 이 섬은 최근 월북한 것으로 알려진 탈북민 김아무개(24)씨가 월북 장소로 사전답사까지 했다고 해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2012년 9월 20대 북한 주민이 통나무를 잡고 교동도까지 떠내려온 뒤 섬에서 6일간 민가 음식을 훔쳐 먹으며 지내다가 주민 신고로 붙잡히기도 했다. 2013년에는 40대 북한 주민이 수영으로 교동도 해안에 도착했다. 2014년 8월에도 부자지간으로 추정되는 50대 남성과 20대 남성이 교동도 해안으로 헤엄쳐 오는 것을 해병대 초병이 발견한 바 있다.

인천 강화군 교동도와 북 황해도 연백군 사이를 가르는 바다에 개펄이 가득 차 있다.
인천 강화군 교동도와 북 황해도 연백군 사이를 가르는 바다에 개펄이 가득 차 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북과 맞닿은 이런 교동도를 평화의 섬으로 가꾸기 위해 ‘배 띄우기’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회원들은 애초 이날 배를 빌려 교동도 월선포구에서 북방 어로한계선까지 운항하는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를 계획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취소했다.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는 2005년 시작돼 2008년 4회 행사를 마지막으로 중단된 뒤 10년 만인 2018년 재개됐다.

정전협정 1조 5항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에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까지 약 67㎞ 길이의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남북한의 민간선박이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허가 없이는 민간선박이 출입하지 못하고 있다.

6·25전쟁때 북 황해도 연백군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이 섬은 지난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최근 들어 수도권 이색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인 이 섬에 가려면 해병대 검문소에서 출입신고서를 작성한 뒤, 무장한 군인에게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하지만 이같은 번거로운 절차도 여행객들의 발길을 막지는 못한다.

이날도 연백군 출신의 실향민들이 고향의 ‘연백장’을 본떠 만들었다는 골목시장인 대룡시장에는 코로나19 사태가 무색할 만큼 여행객들이 넘쳐났다. 대룡시장 골목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벽화와 조형물, 오래된 간판과 함께 이발소, 잡화점, 신발점, 약방 등이 시간이 멈춘 듯 1970년대의 풍경을 선보인다.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 외딴섬이었던 이곳은 연산군이 유배생활을 하다 생을 마감한 연산군 유배지를 비롯해 비운의 왕족들이 갇혀 지낸 유배지이기도 하다. 여행객들은 시장에서 교동도의 특산품인 쌀, 보리, 콩, 감자 등 농산물을 사거나 교동망향대나 난정조망대를 찾아 북을 조망하기도 했다.

인천 강화군 교동도 남쪽으로 석모도(왼쪽)와 주문도, 볼음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펼쳐져 있다.
인천 강화군 교동도 남쪽으로 석모도(왼쪽)와 주문도, 볼음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펼쳐져 있다.

관광객이 급증하자 강화군은 교동도에 19억원을 들여 지난해부터 ‘대룡시장 추억의 골목길 만들기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교동도의 관광인프라 확충을 위해 사업비 270억원을 들여 화개산 일원 20만㎡에 연백평야 조망이 가능한 스카이워크형 전망대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또 화개산성, 연산군 유배지, 교동향교 등 역사문화 자원과 연계한 화개정원 조성공사를 벌이고 있다.

유천호 강화군수는 “옛 교동시장의 모습이 재현되고 화개산 전망대와 화개정원이 준공되면 교동도는 대한민국 민통선 대표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 교동도/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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