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근무수당 부정 수령을 거부했다가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9급 공무원 ㄱ씨의 주장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자 노원구청이 누리집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작 피해 당사자에게는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원구청은 지난 26일 밤부터 이튿날까지 누리집 첫 페이지에 ‘에스비에스(SBS) 방송 보도 관련 노원구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 사과문은 28일 오전 현재 올라와 있지 않다. ‘노원구청 직원 일동’ 명의로 지난 26일에 작성된 이 사과문에는 “불미스러운 일로 구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또한 마음의 상처를 입은 피해 당사자에게도 깊이 사과드린다”고 적혀있다. 이어 “보도와 관련한 본 사안은 현재 서울시 감사기관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결과 직장내괴롭힘, 초과근무 및 출장수당 부정수급 등 직원 비위가 확인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처분하겠다”고 ‘노원구청 직원 일동’은 밝혔다.
사과문에 언급된 <에스비에스> 방송 보도는 지난 12일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9일 <한겨레>가 ㄱ씨를 인터뷰해 보도한 내용과 같은 취지의 보도다. 그 뒤 지난 20일부터 노원구청 누리집 ‘구청장에게 바란다’ 코너에는 해당 보도를 언급하며 엄정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글이 여러 건 올라왔지만, 노원구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6일 <에스비에스>가 8시 뉴스에 동일한 사건을 보도하자, 그제야 노원구는 이날 밤늦게 ‘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을 올렸다. 언론에 처음 보도된 뒤 2주 만에 사과한 셈이다.
이 사과문엔 해당 직원에 대한 ‘구민’뿐만 아니라 피해 당사자인 ㄱ씨에 대한 사과도 포함돼 있지만, 정작 노원구 쪽은 최초 보도 이후 2주 동안 ㄱ씨에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노원구가 아닌 다른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ㄱ씨는 2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다른 기관으로 옮긴 이후 조사 진행 상황에 대해 몇 번 직접 전화해 물은 적이 있었지만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답변만 받았을 뿐”이라며 “보도 이후에 노원구 쪽에서 연락이 온 적도 없었고, 구청 누리집에 사과문이 올라온 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원구청 관계자는 “다른 기관으로 인사교류되기 전 구청장이 직접 ㄱ씨에게 전화 면담을 통해 미안하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며 “이미 전출을 간 상황이어서 보도 이후에 별도로 연락을 취하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ㄱ씨는 사건 이후 다른 기관으로의 인사교류를 희망했으나, ‘인사교류 전에 국민권익위원회 신고를 취하하라’는 취지의 상급자의 말을 들은 적이 있으며, 권익위 조사관이 구청장을 면담한 이후에야 인사교류가 실행됐다.
한편, ㄱ씨는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초과근무 부정수령과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징계, 외모·성별·직렬·가치관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해달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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