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산군 방역당국이 지난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 직원들의 검체 채취하고 있다. 금산군 제공
충남 금산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5일까지 총 26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됐다. 돌봄 문제와 1인1실 시설격리 등이 어려운 탓에 방역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양육시설에 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도와 금산군 방역당국은 5일 “금산군에 있는 ㅎ아동양육시설에서 영유아와 청소년 38명 가운데 17명, 교사 13명 가운데 9명 등 26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고 말했다. 총 51명의 원생과 교사 가운데 확진자가 절반을 넘긴 것이다.
이 시설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달 24일이었다. 확진자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고교생이었다. 나흘 뒤인 28일, 원생인 고교생 3명과 교사 1명 등 4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추가 확진자가 나오자 충남도와 금산군 방역당국은 확진자들을 격리해 홍성의료원, 공주의료원, 대전 건양대병원 등에 분산 수용하고 ㅎ아동양육시설은 시설공동격리 조처했다. 시설공동격리는 의료기관 외의 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확진자는 치료시설로 이송하고 남은 이들은 격리해 추가 확진 여부 등을 살피는 것이다.
그러나 확진자는 계속 이어졌다. 주말인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사이 13명(원생 7명, 교사 6명)이 늘었고, 4일에도 영유아 4명과 교사 3명 등 7명이 추가 확진된 데 이어 5일에도 영아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결국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2일 만에 절반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금산군 방역당국은 “무더운 여름이어서 거실에 있는 에어컨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냉기를 각 방에 보내느라 문을 열어둬 방마다 차단이 안 된다”며 “영유아 원생은 매일 목욕을 시켜야 해서 차단이 안 된 허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원생들은 한방에 2~4명이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산군은 이제야 이 시설에서 원생들을 최소화해 격리 수용하려고 방을 나누는 공간분리 공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대처가 늦어진 상황에서 나머지 원생과 교사들의 추가 감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ㅎ아동양육시설에서 벌어진 집단감염은 정부가 마련한 아동복지시설 코로나19 방역 지침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지침상 아동양육시설은 아동생활시설에 해당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이용 인원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일반 가정의 경우 부모가 감염돼 영유아 자녀에 대한 긴급 돌봄이 필요하면 사회서비스원 등에서 지원하지만, 아동양육시설에서 긴급 돌봄이 필요한 경우 구체적인 지원 대책이 미비하다.
금산보건소 이영림씨는 “여러명이 함께 생활하는 양육시설에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양육시설의 영유아들은 돌봄 인력이 부족해 감염돼도 격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또 청소년들은 치료시설에 입원해 격리할 수 있지만, 원래 생활하던 시설이 공동격리된 상황이면 격리 해제가 된 뒤 돌아갈 생활 공간이 마땅치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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