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진 대전경실련 기획위원장이 10일 대전경찰청 앞에서 도시개발 인허가 비리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명씩 번갈아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열렸다. 대전경실련 제공
대전에서 학교 터가 없는 도시개발이 잇따르자 시민사회단체가 인·허가 과정에 법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며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여러 도시개발 지구에서 학교용지가 사라진 것은 담당자의 실수라기보다 윗선의 개입이 의심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전지부,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 대전학부모연대, 정의당, 진보당 등 지역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은 10일 오전 대전경찰청 앞에서 ‘도시개발 지역 학교용지 해제 의혹’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시민사회단체가 최근 도시개발 지역을 살펴봤더니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이 도시개발 인허가 및 학교용지와 관련해 법을 위반해 행정처리한 의혹이 한두건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 담당자 한두명의 실수라기보다 윗선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은 도시개발 인허가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위법한 사안은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시민단체가 의혹을 제기한 곳은 도안 2-1지구(2560세대) 복용초, 갑천지구(약 4000세대)의 친수1초, 용산지구(3400세대) 등으로, 실제 이곳은 모두 초등학교 용지가 사라졌다.
대전시교육청은 2017년 도안 2-1지구 1단지 인근에 학교용지를 확보하라는 의견을 냈으나, 사업시행자는 2-2지구 16블록에 학교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 뒤 대전시는 2018년 2월 도안 2-1지구 도시개발사업 구역 지정을 고시하면서 시교육청의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학교시설계획이 누락됐는데도 같은 해 6월 도시개발사업계획을 인가했다.
시민단체는 “사업시행자는 2-2지구 16블록에 학교용지를 완전히 확보하지 못했다. 2-1지구 입주가 임박하자 시교육청은 옛 유성중학교에 임시 교실을 만들고 통학버스로 2-1지구 입주민 자녀들을 실어나르는 대안을 세웠으나 교육부가 반려해 무산됐다”고 전했다. 신정섭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대전시가 도안2-1지구와 관련해 학교시설계획이 누락됐는데도 도시개발계획을 인가한 것은, 사업시행자가 개발부담금을 면제받도록 하려고 서둘러 행정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시행자가 2-2지구에 학교용지를 제대로 확보하지도 않았는데도 대전시와 유성구는 (사업시행자의) 조치계획만 믿고 사업계획을 최종 승인했다”고 비판했다.
갑천지구 호수공원 인근 신축 아파트단지 입주민 자녀들을 수용하려던 친수1초는 학교용지가 없어져 큰 도로를 건너 맞은 편에 있는 원신흥초에 임시 교실로 등교해야 하고, 3400세대 규모의 용산지구도 학교용지가 없어져 기존 용산초를 증축하거나 임시 교실을 지어야 할 형편이다.
대전경실련은 “대전시교육청은 학교용지가 확보되지 않았는데 대전시를 고발하는 대신 2019년 도안 2-2지구에 복용초 학교설립계획을 세워 이 개발계획이 승인되도록 하고 학교설계 용역까지 마쳤다”며 “그러나 대전고법 행정1부가 지난 2월 ‘대전시의 도안 2-2지구 개발계획 고시는 무효’라고 판결해 개발계획에 포함된 복용초는 설립할 수 없게 됐다. 갑천지구의 친수1초 역시 교육청이 수요 예측을 잘못해 학교용지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기획위원장은 “여러 도시개발이 장기간에 걸쳐 복잡하게 진행됐으나 결과는 대전시, 유성구청, 대전교육청의 잘못으로 아파트 입주민과 아이들은 피해를 보고, 사업시행자는 학교 터에 아파트를 지어 막대한 이익을 얻은 것”이라며 “사라진 학교를 대신한 기존 학교 증축과 임시 교실을 짓는 데만 약 200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행정기관과 사업자 간 특혜와 비리 의혹이 짙은 만큼 경찰이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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