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종시민이 한글 경조사 봉투를 살펴보고 있다.
“봉투가 이쁘네요. 연말에 손자들 오면 용돈 담아 주려고 해요.”
17일 오전 세종시 조치원청사 민원실, 깁갑순(80)씨는 ‘용돈’이라고 인쇄된 봉투를 집어 들었다. 봉투는 용돈 봉투를 비롯해 감사, 결혼, 근조 등 4종류로, ‘용돈’ 봉투는 꿈과 희망을 이루라는 기원이, ‘결혼’ 봉투는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한다는 글귀가 각각 적혀 있다.
이 봉투는 세종시 한글사랑동아리가 종류별로 1천장씩 모두 4천장을 만들어 시민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각종 경조사에 내는 부조금 봉투에 어려운 한자를 쓰는 대신 이해하기 쉽고 사용하기에도 편리한 한글을 사용하자는 뜻이 담겼다.
이 동아리는 고려대 세종캠퍼스의 한글사랑도시 세종사업단의 사업으로 중·고등학생과 청년, 일반인 등 2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경조사 한글 봉투를 보급하는데 의견을 모은 뒤 모양, 글귀, 글자체, 크기 등을 논의해 봉투를 제작했다. 경조사 한글 봉투 배부처는 시청 본청 민원실, 조치원청사, 보람동·아름동·도담동·종촌동·새롬동·고운동·다정동·한솔동 복합커뮤니티 등이다.
이 동아리는 올해 아름다운 우리말 간판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홍진만 동아리 회원은 “동아리 회원들이 의견을 내고 투표를 거쳐 봉투의 모양과 글귀를 정했다. 세종시의 한글사랑 문화가 한글 경조사 봉투를 타고 전국으로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시 한글사랑동아리가 제작한 한글 경조사 봉투.
세종시는 지난 3월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한글·국어 진흥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한 데 이어 지난 5월 〈한겨레〉와 ‘한글사랑도시 세종’ 조성 협약을 맺고 한글사랑 거리 지정, 한글사랑도시 세종 비전 선포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시는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에서 이름을 따왔다. 앞으로도 이에 걸맞은 다양한 한글사랑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고 한글사랑 시민단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세종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