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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이조…철새들이 천수만 떠나지 않고 겨울나는 이유

등록 2022-01-07 04:59수정 2022-01-07 08:40

간척농지 활용 철새 서식환경 조성
흑두루미·독수리…8만여마리 월동
충남 서산시 천수만에서 지난 11월 철새들이 떼 지어 날아오르고 있다. 서산시 제공
충남 서산시 천수만에서 지난 11월 철새들이 떼 지어 날아오르고 있다. 서산시 제공

“우리 동네는 오리가 닭입니다. 이불 속에서도 오리 소리를 들으면 아침인 줄 알아요.”

청년 농부 김성수(25·충남 서산시 부석면 마룡리)씨는 철새와 친구다. 천수만이 고향이라 늦가을이면 철새를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다. 그런데 요즘은 철새가 오면 수익이 생기니 철새가 더 반갑게 느껴진다. 김씨는 지난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시에 농지를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았다. 사람들이 도래지에 마구 들어가는 걸 막는 등 관리에 따른 활동비도 받는다. 이번 겨울은 철새들이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서산시 버드랜드사업소는 지난해 부석면 창리, 간월도리, 마룡리 일대 휴경지 10㏊에 벼를 재배한 뒤 수확을 하지 않고 철새들의 먹이로 공급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최대 20만마리 철새가 찾는 천수만은 올해는 지난 11월 말 기준으로 약 12만마리가 왔다. 이전에는 12월 초면 먹잇감이 고갈돼 절반 이상이 떠나지만 올겨울에는 흑두루미, 큰고니, 독수리 등 8만여마리가 떠나지 않고 월동 중이다. 예년보다 월동하는 철새가 30% 이상 늘어난 셈이다. 서산버드랜드 한성호씨는 “생태계서비스 보전 및 증진 활동을 하는 주민에게 보상하는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사업 일환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철새들이 알곡이 가득한 논을 보고도 먹지 않더니 일주일여가 지난 뒤부터는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듯 진수성찬을 즐긴다. 철새가 늘자 매 등 맹금류도 늘어나 종종 멋진 사냥 솜씨를 선보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인규 충남대 농업과학연구소 객원연구원(문화재전문위원)은 “많은 철새가 이곳에서 월동하는 것은 지자체 등이 먹잇감을 제공하고, 논에 볏짚을 깔아주고, 무논(물이 괴어 있는 논)을 만들어주는 등 철새가 겨울나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먹잇감을 제공하면 철새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예방해 조류인플루엔자 등 전염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산시는 시범사업 등이 성과를 내자 3~4월 북상하는 흑두루미를 위해 거점인 창리와 고북면 사기리에 먹잇감을 뿌려줄 계획이다. 흑두루미는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순천만과 일본 이즈미 지방으로 이동한 뒤 이른 봄에 천수만에서 무리를 이뤄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개체수가 약 7천마리에 이른다.

맹정호 서산시장은 “천수만 일대 철새도래지는 대부분 간척 농지이고 가금류 농가가 적어 주민들이 철새를 위한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사업을 환영한다. 먹이주기 활동 등을 확대해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서 명성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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