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가 옛 토지대장을 한글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옛 토지대장(왼쪽)과 디지털 문서화한 토지대장(오른쪽). 충남도 제공
충남도가 옛 토지대장 한글화사업에 나섰다. 도는 지난해 예산·아산·부여 등 3개 시·군에서 시범 실시한 토지대장 한글화사업을 올해 9개 시·군으로 확대해 시행한다고 7일 밝혔다.
내년까지 15개 시·군에서 진행하는 이 사업은 1910~1915년 일제 강점기 초기에 일제가 작성한 토지대장부터 1980년대 토지대장까지 모두 123만여장에 달하는 일본어·한문 표기 위주의 문서를 우리말 디지털 문서로 자료화 하는 것이다. 도는 “옛 토지대장은 손글씨로 기록돼 있고 낡아서 일반인은 물론 학자들도 판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글화사업이 마무리되면 조상 땅 찾기 민원 등 도민 지적행정서비스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글사업화 실무자들은 옛 토지대장이 땅의 소유권 변경은 물론, 세법·토지 관련 법률·우리나라 역사까지 알 수 있는 근·현대사 기록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산시 한글화사업을 맡은 ㅇ업체는 일제 강점기에 작성한 토지대장은 일본어와 중국어 등이 혼용된 사례가 적지 않고, 소유자가 일본인이고 주소도 일본에 있는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확한 번역을 하기 위해 일본어, 중국어, 한문 전문가로 팀을 꾸리고, 판독이 어려운 글자는 전문가에게 의뢰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판독이 안 되면 삼각형(△)으로 표기한다
이 업체 박금란 차장은 “일본인 땅 소유자 중에는 도쿠카와(德川) 같이 무사 집안으로 알려진 성씨가 있다. 일본식 이름으로 바꾼 이들이 해방 뒤 애초 이름으로 변경했거나, 역대 대통령이나 유명인으로 추정되는 이름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토지대장에는 동양척식회사도 심심치 않게 등장해 일제가 언제 우리 땅을 수탈했는지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산군 한글화사업을 진행하는 ㅌ업체는 화폐 개혁, 조세법 변경 등에 따른 토지대장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고 밝혔다. 김미정 팀장은 “예산은 1964~65년 조상 땅 특별조치법으로 알려진 법률 1657호에 따라 토지 소유권이 국가나 개인에게 이전된 사례가 많다. 70년대 후반에는 한국전쟁 등으로 소실된 등기부를 재정비하려고 한시적으로 3명이 보증하면 소유권을 인정해 주기도 한 것 같다”고 했다.
고재성 충남도 토지관리과장은 “한글사업화가 완료되면 토지대장에서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영구 보존문서의 완전한 전산화가 가능해진다. 옛 토지대장이 정확하게 자료화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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