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운 충남 홍성 남당리 어촌계장(오른쪽)이 16일 주민과 함께 갓 잡은 새조개를 자랑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노다지다. 노다지가 올라온다.”
16일 충남 홍성 천수만의 죽도 앞바다, 정상운(65) 남당리 어촌계장이 새조개가 잔뜩 잡혀 늘어진 형망(갈고리가 달린 새조개 그물)을 끌어올리며 소리쳤다. 이날 조업에 나선 어선 두 척은 오전에만 그물질 한 번에 60~70㎏씩 새조개를 잡았다. 정씨가 ‘새조개’를 ‘노다지’라며 기뻐한 것은 새조개 조업이 근 10년 만이기 때문이다. 남당리 어촌계는 지난해 12월 시험 조업을 해 새조개 어장을 확인한 뒤 지난달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새조개 조업에 나섰다.
천수만에서 새조개가 잡힌 것은 서산에이(A)·비(B)지구 간척사업이 마무리된 1984년 이후다. 천수만 새조개는 약 10㎝ 정도의 주먹 크기 껍질 안에 기역 모양의 살이 들어 있다. 정씨는 “탱글탱글한 조갯살을 살짝 데쳐 먹으면 사각거리는 맛이 일품”이라며 “천수만은 수심이 10~30m이고, 평균 수온이 15도 정도인 데다 죽뻘(죽처럼 흘러내리는 뻘)이어서 새조개가 잘 자라고 맛도 기가 막힌다”고 자랑한다.
천수만 새조개가 귀한 노다지가 된 것은 2012년 이후부터다. 2003년 1156톤이 잡혀 흔한 겨울철 먹거리로 자리매김하기도 했으나 2010년 7톤, 2011년 1톤으로 급감한 뒤 종적을 감췄다. 충남도 수산자원연구소는 새조개가 사라진 이유로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고, 천수만 인근인 홍보지구 등에서 오염된 담수가 유입하면서 서식 환경이 달라진 점 등을 꼽았다.
충남도는 천수만 주변지역 오염수 정화사업 등을 추진해 바다 오염을 최소화한 뒤 2017년부터 새조개 종패를 방류했다. 2019년에는 도 수산자원연구소가 새조개 인공부화기술을 개발해 새조개 되살리기 사업에 동력이 됐다.
충남도 수산자원과는 “홍성군이 집계한 비공식 통계지만 2020년과 2021년 새조개가 각각 17~25톤 정도 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천수만에서 표본 채취한 새조개 유전자와 방류한 종패의 유전자가 일치해 종패 방류사업이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도 수산자원연구소는 천수만에서 자라는 새조개 가운데 방류 새조개 비율 등을 확인하기 위해 5개 지점별로 50패씩 250패를 추려 유전자 검사를 할 예정이다. 도 수산자원연구소 김성헌씨는 “새조개가 잡혀도 공급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남당리 산지에서도 껍질을 까지 않은 조개 값이 1㎏에 5만원을 웃돈다. 천수만 어민들과 함께 저질(바다 밑) 환경을 개선하고 남획을 방지해 새조개가 국민의 별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새조개 생산량은 △2010년 949톤 △2012년 426톤 △2014년 1910톤 △2016년 293톤 △2018년 194톤 △2020년 439톤 등으로 들쭉날쭉하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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