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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선과 뱃길 안전을 비나이다. 코로나도 물러가게 해주세요”

등록 2022-03-17 15:54수정 2022-03-17 17:22

16~17일 외연도 풍어당제 열려
전횡 장군, 산신, 용왕께 소원 빌어
외연도 주민들이 풍어당제 제물을 올린 지게를 매고 당기를 앞세워 당산에 오르고 있다.
외연도 주민들이 풍어당제 제물을 올린 지게를 매고 당기를 앞세워 당산에 오르고 있다.
“고기 많이 잡게 해주시고, 뱃길 안전도 비나이다. 코로나도 물러가게 해주세요.”

신성균(73)씨는 17일 오전 7시 외연도 선착장에서 용왕제를 지내면서 소원을 빌었다. 지켜보던 주민들도 손을 모으고 당기를 향해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외연도 풍어당제’(충남도 무형문화재 제54호)가 음력 2월 보름을 맞아 16~17일 충남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에서 외연도당제보존회 주관으로 열렸다. 올해 당제의 당주는 이 섬 토박이 신성균씨가 맡았다. 신씨는 며칠 전부터 심신을 깨끗이 해 부정을 막고 제수를 준비했다. 당주는 제를 마칠 때까지 말을 하지 않는 전통도 지켰다.

주민들은 16일 밤 산제를 시작으로 소를 잡고, 장대에 위 상(上)자를 매단 당기를 앞세워 마을 뒤 당산의 동백나무숲에 있는 전횡 장군 사당에서 당제를 지냈다. 날이 밝자 선착장에서 풍어제를 올렸다. 또 동네 골목골목을 돌며 마을의 안녕과 부귀영화도 빌었다.

코로나19 시국이어서 주민들이 다 모이지 못하고 몇집 사람들이 왔다가 돌아가면 다음 몇집이 와서 참례하는 방식으로 당제를 마쳤다. 주민들은 재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당제도 못 지냈는데 지난해부터 약식으로나마 전통을 지킬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 외연도 풍어당제의 당주인 신성균씨가 산제를 지내고 있다.
올해 외연도 풍어당제의 당주인 신성균씨가 산제를 지내고 있다.
보령시 문화재과 김태익씨는 “외연도 당제의 주신인 전횡 장군은 제나라 무장으로, 여러 기록으로 미뤄 최소 조선 초기 이전부터 외연도의 풍어 신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서해안에 자리 잡은 다양한 인물 풍어의 신 가운데 원조 격”이라고 전했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유방이 천하를 통일해 제나라가 망하자 전횡은 자신을 따르는 부하 500명과 반양산으로 들어가 살았다’고 했고, 외연도 사당 창건기는 반양산이 외연도라고 밝히고 있다. 1598년 충청수영에 세워진 ‘유격장군청덕비’에도 전횡을 외연도당제의 주신 격인 풍어 신이라고 기록했다.

외연도는 대천항에서 쾌속 여객선으로 1시간40분(직선거리 40,6㎞) 걸리는 충남의 최서단 유인도다. 섬을 둘러싼 기암절벽과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몽돌해변, 각종 수목이 빽빽하게 들어선 외연도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136호) 등 천혜의 자연경관이 있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했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외연도 풍어당제는 섬마을에서 전승되는 토속 신앙의 원형과 문화를 잘 지켜왔다”며 “올해는 풍어당제를 영상으로 기록했다. 앞으로도 전통문화유산을 잘 보존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충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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