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동백꽃에서 꿀을 모으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동백나무 꽃에서도 꿀을 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른 봄 꿀벌의 먹이’를 연구하면서 꿀벌이 동백나무 가루받이(수분) 매개 구실을 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동백나무는 겨울과 봄에 꽃을 피워 주로 동박새가 수분 매개자로 알려졌으며, 꿀벌이 구실 한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연구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특용자원연구팀이 지난해 2~4월 동백나무 주요 서식지로 꼽히는 온대 남부지역의 해안인 전남 여수시 돌산도 일대 동백나무 군락지에서 높이 4.6m, 수령 25년생 안팎이고, 꽃이 500~1천개 정도 핀 나무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동백나무 한그루에서 약 34.3g의 꿀을 생산할 수 있어 1㏊에 1100그루를 심을 경우 동백나무 꿀 약 37.7㎏을 수확할 수 있다. 동백나무의 꽃꿀(화밀) 분비는 오전이 331.8 ㎕(마이크로리터)로 오후 25.5㎕보다 월등히 많았다. 꿀벌은 꽃 한 송이당 약 25마리가 30초에서 1분 정도 꿀을 모으는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팀 이성준 박사는 “꿀벌은 한겨울에 활동하지 않고, 동백나무도 차나무과에 속하는 상록활엽소교목으로 꿀벌이 꿀을 따는 주요 수종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꿀벌은 이른 봄 오전 11~오후 4시 사이에 외기 온도가 10~16도 정도 오르면 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동백꽃이 활짝 핀 동안 일 평균 온도 가운데 꿀벌이 채밀활동을 하는 10도 이상인 날이 20일 이상이어서 동백나무 꿀 모으기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산림과학원은 이번 연구를 토대로 2월부터 6월까지 우리나라의 개화 시기 등을 연구해 봄철 기상이변에 대응하는 고정식 양봉 체계를 제안할 계획이다. 보통 양봉은 개화 시기에 맞춰 북상하면서 꿀을 모으는데, 최근 기상이변으로 봄이 짧아 지면서 전국에서 동시에 개화해 꿀 모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꿀벌은 이동한 개화지에서 2~3일 정도 지형을 익히고 꿀을 모으는데, 온난화로 인해 전국이 비슷한 시기에 개화해 양봉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만조 산림과학원 산림특용자원연구과장은 “요즘 토종 꿀벌은 기상이변과 천적, 환경 오염, 바이러스 유행 등으로 개체가 크게 줄어드는 등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전국의 개화 시기와 꿀벌의 먹이 자원을 연구해 양봉산업이 안정되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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