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 급식 예산 운용의 난맥상은 ‘고르지 않은 집행’에 그치지 않는다. 일선 학교에 만연해 있는 ‘급식 예산 선결제’도 그중 하나다.
유성의 한 초등학교는 올해 1월 쌀과 식용유, 장류 등 식재료 1200만원어치를 주문했다. 방학이라 급식일이 4~9일에 불과한데도 주문량은 급식일이 22일 안팎인 평월과 다르지 않았다. 낙찰받은 공급업체가 “식용유는 수입이 끊겨 공급이 어렵다”고 난색을 보였으나 이 학교 급식실은 “미리 주문하는 것이니 괜찮다”며 검수서에 사인을 했고, 학교 관리자는 이런 사정을 모르는 채 급식비를 결제했다. 그달의 급식 예산을 다음달 공급받을 식재료를 구매하는 데 미리 쓴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회계 담당자는 “물품을 받지 않고 검수서를 작성한 뒤 대금을 지급한 것은 지방계약법(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밝혔다.
낙찰액을 잘못 계산해 납품업자들에게 ‘공돈’을 준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서구의 한 중학교는 월평균 급식비보다 800만원가량 많은 금액을 납품업체에 지급했다. 동구의 한 초등학교의 지난해 12월 낙찰가도 적정가보다 1300만원이 많았다. 그 학교들에 납품하는 업체가 공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았다.
20년 경력의 납품업체 대표 정아무개씨는 “학생 수 1천명 규모인 중학교는 연간 급식비가 10억원대에 이르지만, 영양사 외에는 행정실장, 교감, 교장이 식재료 공급 가격을 모른다”고 전했다. 또 다른 납품업체 대표 김아무개씨는 “영양사가 실수해 급식 예산을 과다하게 결제해도 학교 쪽은 모른다. 관행화된 선결제가 학교와 공급업체 사이의 짬짜미와 예산 유용에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급식 예산 집행과 재료 구매 과정을 둘러싼 관리 감독 시스템이 부실해 크고 작은 비리가 발생할 우려가 상존한다는 것이다.
대전경실련은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식재료 품질을 검사하고 급식이 가능한 등급을 정한 뒤 시장 가격을 조사해 정보를 제공하면 식단 및 급식비 집행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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