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보령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7회 보령시 문해 한마당’에서 참석자들이 ‘도전 골든벨’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보령시 제공
“문제를 잘 들으시고 답을 화첩에 써서 들어주세요. 오라비와 누이를 함께 이르는 말은 무엇일까요?”
“‘이르는 말’이 뭐랴?”
13일 ‘제7회 보령시 문해 한마당’ 행사가 열린 보령종합체육관은 온종일 “뭐라고?”, “아니 어머님 그게 아니고요…”가 무한 반복됐다. 웃음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보령시 배움교실 등 56곳에서 만학의 기쁨을 나누고 계신 어르신 292명이 참여해 시화와 엽서를 전시하고 문해 골든벨, 장기자랑 등을 하며 기량을 뽐냈다. 문해 교육강사 160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개막식에 이어 시화전 시상식이 열렸다. 글빛상(대상)은 <구십 먹어봐>를 출품한 김명순 어르신이 받았다. 그는 이 시에서 ‘내나이 9십…몸땡이 부서져라 일하고 살았습니다…보령댐 생기면서 우리땅이 다 수몰되고…’ 열다섯에 시집와 9남매를 키운 사연을 솔직 담백하게 고백했다.
‘문해학교 생겨서 신나게 다녔는데 코로나 터지면서 집구석에서 테레비만 으지(의지)하고 살아서요(살았어요)…코로나 풀려서…회관가서 윷놀이도 하고 개떡도 쪄먹고 요즘 아주 팔자가 늘어졌습니다’
그의 시에는 코로나19로 배움을 잠시 멈춰야 했던 아쉬움과 다시 만나 공부하는 즐거움도 묻어난다.
제7회 보령시 문해 한마당에서 시화부분 글빛상을 수상한 김명순 어르신의 <구십 먹어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어 도전 골든벨이 열렸다. 주황색 옷차림을 한 선수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초등학력 인정 단계에 출전한 한 할머니는 “동네 애들하고 연습했는디 잘한다고 난리 났어. 목표는 대충해도 우승”이라고 자신했지만, 우승은 배움교실의 ‘젊은 피’ 박옥균(67)씨가 차지했다.
이날 행사는 노래와 건강체조, 컵타 등 장기자랑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보령시는 2011년부터 성인문해 교육을 시행했으며 현재 배움교실 38곳, 가정방문형 문해교실 17곳, 초등학력 인정 교실 1곳이 운영되고 있다. 성인문해 교육이 한글을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생활 수준 향상을 위한 학습으로 거듭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노인회 충남도연합회는 이날 내포 충남노인회관에서 ‘제26회 충남 노인의날 기념식’을 열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충남 노인 인구는 8월말 현재 43만여명으로 도민 212만여명의 20.4%다. 경로당 환경개선과 일자리, 노인대학 활성화 등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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