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9시50분께 충남 보령시 대천항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섬 주민 등 승객들이 대천항~외연도 여객선에 탑승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우리 여객선은 오늘이 마지막 운항입니다. 내일은 운항하지 않으니 일정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7일 오전 9시55분 충남 보령시 대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대기하던 웨스트프론티어호(선장 변인규·62)에서 출항을 앞두고 안내방송이 나왔다. 낚시꾼으로 보이는 10여명이 부랴부랴 배에서 내렸다. 신한해운 소속인 이 배는 오전 10시 대천항을 출발해 호도와 녹도를 거쳐 외연도까지 51㎞를 운항하는 정기 여객선이다. 외연도(352명), 호도(185명), 녹도(220명) 등 섬 주민 757명을 육지생활과 이어주는 유일한 교통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배는 신한해운이 대산지방해양수산청에 여객선 면허를 반납하면서 이날의 운항이 마지막 항해가 됐다.
신한해운이 면허를 반납한 것은 누적된 적자 때문이다. 지난해 3억원이던 정부 지원금이 올해 1억5천만원으로 줄고, 적자가 2억4천만원대에 이르자 하루 두차례였던 운항 횟수를 한차례로 줄여 운항하고 있었다. 섬 주민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진료받으러 뭍에 나갈 수도 없고, 택배를 받기도 어려워졌다. 관광객 발길이 크게 줄어 숙박업소들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김윤철(72·외연도)씨는 “설마설마했는데, 오늘이 마지막 배라니 기가 막힌다. 주민을 볼모 삼은 것 같아 괘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천항 연안여객선터미널 입구에 대천항~외연도 노선 여객선 운항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송인걸 기자
마지막 배라는 아쉬움 속에서도 배 안은 시골버스같이 정이 넘쳤다. 주민들은 호도·녹도·외연도로 나뉘어 살지만 생활권이 같아 서로를 잘 안다고 했다. 외연도 주민 지복순(63)씨는 육지 병원에 다녀온다는 녹도 사는 박현주(44)씨, 김시후(12)군 모자에게 안부를 물었다. 김상기(63·외연도)씨는 강아지 ‘똘이’를 데리고 배를 탔다. “야랑 둘이 사는디 내가 뭍에 가면 야만 혼자 있어야잖유. 그래서 같이 다니는 거유.”
웨스트프론티어호가 호도에 기항하자 승객들이 수하물을 내리고 있다. 송인걸 기자
1시간40여분을 항해해 외연도에 도착한 배는 낮 12시께 대천항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도서 발전소 운영사 직원인 이종운(44)씨는 “2박3일 일정으로 출장 왔다가 배가 끊긴다고 해 일정을 하루 앞당겨 배를 탔다. 연간 6~10번 정도 수리·점검하러 오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변인규 선장은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장·단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여객선 운항이 중단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천이나 전북 등은 일찌감치 관광객 유치 전략을 추진하고 성수기 반값 운임제를 시행해 백령도 등 일부 구간 외에는 모두 흑자가 나는 일반 항로가 됐다”고 귀띔했다.
여객선이 외연도에 입항하자 섬 주민들이 수하물을 내리고 있다. 이 운항을 마지막으로 18일부터 정기 여객선이 끊기자 일정을 단축해 승선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송인걸 기자
대산지방해양수산청·보령시는 행정선(40톤급)과 어업지도선(84톤급)을 2~3일 간격으로 번갈아 투입해 급한 불을 끄겠다는 입장이다. 이 노선을 국가가 운영하는 국가보조항로로 지정받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일단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국가보조항로로 지정되고 선박을 건조하는 동안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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