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 주민들이 6일 낮 선착장에서 용왕제를 지낸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보령시 제공
외연도는 충남 보령 대천항에서 서쪽으로 50여㎞ 떨어진 충남 최서단 유인도로 주민 348명이 산다. 5일 깊은 밤 이 섬 주민 30여명은 마을 뒷산 상록수림에서 등불을 켰다.
“우리 외연도 주민들에게 건강과 복을 주시옵소서.”
복경종 외연도당제보존회장이 당주를 맡아 제물인 소를 바치고 산신께 축을 했다. 이어 주민들은 6일 새벽 ‘상’(上) 자 깃발을 거꾸로 단 대나무 장대를 들고 당산의 동백나무 숲에 모신 전횡장군 사당에서 마을과 주민 안전을 기원하는 당제를 지냈다. 날이 밝자 섬 주민 100여명이 선착장에 모여 용왕제를 올리고 골목골목을 누비며 소원 성취와 부귀영화를 빌었다.
이 민속 행사는 충남도 무형문화재 제54호 외연도 풍어당제다. 주민들은 해마다 음력 2월 보름이면 산제, 당제, 용왕제를 지내고 마을의 안녕과 풍어, 뱃길 안전을 기원한다. 당주는 제에 앞서 여러 날 동안 일절 말을 하지 않는 등 심신을 정결하게 유지한다.
전횡장군은 2천여년 전인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대장군으로 한나라에 패한 뒤 서해 오호도로 망명했다가 투항을 권고받자 목숨을 끊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보령시 문화재과 김태익씨는 “외연도는 전횡을 조선 초기 이전부터 풍어신으로 모신 것으로 보인다”며 “사마천의 <사기>에 ‘전횡이 반양산으로 갔다’고 했는데 외연도 사당 창건기는 반양산이 외연도라고 밝히고 있다. 1598년 충청수영에 세워진 ‘유격장군청덕비’에도 전횡을 외연도 당제의 주신이라고 적었다”고 전했다.
김동일 보령시장이 6일 외연도 상록수림 전횡장군 사당에서 거행한 당제에서 잔을 올리고 있다. 보령시 제공
주민들은 올해 풍어당제를 아쉬워한다. 소 잡는 전통이 도축법 위반이라는 시의 지적에 따라 육지 도살장에서 잡아 왔기 때문이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오랜 전통을 지키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날 섬에는 올 초 선사 사정으로 중단 사태를 빚은 대천항~외연도 여객선이 정상화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안성빈 외연도 이장은 “장군님과 용왕님이 도와주신 덕인지 보령시가 선사와 협의해 현재 하루 1차례 왕복하는 여객선을 조만간 주말 2차례, 4월부터는 하루 2차례 상시 운항할 예정이라고 한다”고 반겼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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