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 장대 비(B)구역 재개발해체 주민대책위원회 주민들이 11일 밤 재개발조합 인가 소식을 듣자 유성구청장실 앞에서 철회를 촉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유성5일장과 유성시장은 재개발의 파고를 이겨낼 수 있을까?”
대전 유성구는 12일 유성5일장과 유성시장을 포함한 장대 비(B)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에 재개발조합 설립을 조건부 인가했다고 밝혔다. 유성구는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 등 소유자의 75%, 토지 면적의 50%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장대 비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는 사업구역 토지 소유자 549명 가운데 77.05%인 423명, 토지 면적 기준 72.28%의 동의를 받아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유성구는 또 “조합 설립 인가 조건으로 유성5일장, 유성시장의 보존과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장대 비구역 재개발에 따라 유성장터가 소멸하고 주민공동체가 해체될 수 있다는 주민 우려를 불식하고 주민 통합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려고 이런 조건을 내세웠다. 유성장터 활성화는 이 지역을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한 이유이기도 하므로 조합 사업계획이 들어오면 인가에 앞서 유성시장과 유성5일장 보존 방안을 집중해서 살피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밤 정용래 유성구청장을 만나 재개발조합 인가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대책위원들.
그러나 ‘100년 전통 유성5일장·유성시장 지키기 시민대책위원회’ 등은 지난 11일부터 유성구청장실 앞에서 조합설립 인가 취소를 요구하며 농성에 나섰다. 시민대책위는 “유성장터는 시민의 삶터이자 구한말 을미의병 거병지이고 3·1만세 운동을 벌인 항일 유적지다. 이런 장터를 헐어 47층짜리 아파트를 짓겠다는 재개발사업자에게 조합설립 인가를 내준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양충규 ‘장대 비구역 재개발해체 주민대책위원회’ 총무는 “인가 조건을 지키지 않는다고 사업을 무효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재개발사업은 일부 건설자본과 투기꾼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일 뿐이다. 주민들이 똘똘 뭉쳐 소중한 유산인 유성장터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대 비구역 재개발조합은 유성5일장과 유성시장이 들어서 있는 유성구 장대동 14-5번지 일대 9만7213㎡에 최고 47층 규모의 아파트 3017세대와 오피스텔 216세대를 지을 예정이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100년 전통 유성5일장·유성시장 지키기 시민대책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