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충청

중국 송나라·원나라대 신안해저유물 밀거래 60대 검거

등록 2019-06-13 15:21수정 2019-06-13 18:37

80년대 도굴품 매입해 보관하다
수십억원 호가하는 ‘흑유잔’ 포함
최근 일본서 거래 시도하다 덜미
심지연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이 13일 대전경찰청에서 압수한 11~12세기 송나라 시대 흑유잔을 가리키며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심지연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이 13일 대전경찰청에서 압수한 11~12세기 송나라 시대 흑유잔을 가리키며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신안해저유물을 외국에서 밀거래하려던 60대가 문화재 당국과 경찰의 공조 수사로 붙잡혔다. 경찰이 압수한 유물 가운데에는 11~12세기 중국 송나라 시대 흑유잔도 포함돼 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흑유잔이 크고 상태가 좋아 발굴된 신안해저유물 가운데 최고 수준급이라고 평가했다.

문화재청과 대전경찰청은 13일 ㅎ(63·서울)씨를 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흑유잔, 청자 참외 모양 주전자, 청자 쌍어문 접시, 청자 양각 국화문 접시 등 도자기 57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ㅎ씨는 전남 신안군 증도면 도덕도 앞바다 ‘신안해저유물매장해역’(사적 제274호)에서 도굴된 중국 도자기를 1983년부터 보관하면서 지난해 8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일본으로 반출해 판매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와 문화재청 발표 등을 종합하면, ㅎ씨는 외국산 골동품 해외 반출 규정에 따라 문화재청에 청자 물소 모양 연적 등 중국 도자기 7점을 반출한다고 신고하고 출국했으며, 일본에서 매매를 시도했으나 흥정이 되지 않아 팔지 못하고 귀국했다.

심지연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흑유잔은 희귀하며 직경이 7㎝ 안팎인데 이번에 압수한 흑유잔은 직경이 12.4㎝로 크고, 내부의 토끼털 같은 흰 선들이 아름다운 데다 보존 상태도 깨끗하다. 신안해저유물 가운데 꼽을 만한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전문가는 “신안선은 원나라 무역선이고 침몰 시기는 1323년이다. 발굴된 도자기의 60%는 침몰 시기에 저장성 용천요에서 생산된 청자”라며 “흑유잔은 11~12세기 송나라 시대 것이고 원나라 때는 단종된 상태였다. 뒤늦게 일본에서 가루 녹차가 유행하면서 큰 인기를 끌자 시중에서 중고품을 사들여 신안선에 선적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중국 주요 박물관들도 이번에 압수한 크기와 상태 수준의 흑유잔을 소장하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 금액을 따지긴 어렵지만, 최소 수십억원을 호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흑유잔의 안쪽 검은 바탕에 하얀 실선이 선명하다. 흑유잔은 흙과 유약에 철 성분이 많아 가마에서 구워지면서 검은색으로 변하고 이때 잔 안쪽에 토끼털 같은 흰 선이 나타난다. 송나라에서는 가루로 된 녹차를 많이 마셨는데 차의 녹색과 가장 잘 어우러진다고 해 흑유잔이 인기를 끌었다고 알려진다.
흑유잔의 안쪽 검은 바탕에 하얀 실선이 선명하다. 흑유잔은 흙과 유약에 철 성분이 많아 가마에서 구워지면서 검은색으로 변하고 이때 잔 안쪽에 토끼털 같은 흰 선이 나타난다. 송나라에서는 가루로 된 녹차를 많이 마셨는데 차의 녹색과 가장 잘 어우러진다고 해 흑유잔이 인기를 끌었다고 알려진다.
이와 관련해 ㅎ씨는 경찰에서 “도굴품이 아니다. 도자기는 정상적으로 사들였거나 돌아가신 어머니가 물려주신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문화재청과 경찰은 ㅎ씨가 주변인에게 이 도자기들이 신안선에서 나온 진품이라고 주장했고, ㅎ씨의 지인 가운데 신안선 도굴 혐의로 처벌받은 이가 있는 데다 압수품 대부분이 신안선에서 발굴된 도자기와 같은 시기, 같은 가마에서 생산된 점 등을 들어 ㅎ씨가 도굴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들여 은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신안선은 1323년 중국 저장성 항저우(닝보)를 출항해 일본 하카타항을 거쳐 교토로 향하던 200t급 상선(길이 28.4m, 너비 6.6m, 높이 4m)으로, 전남 신안군 증도면 도덕도 인근에서 좌초해 갯벌에 묻혔다가 1974년 발견됐다. 1976년부터 1984년까지 11차 발굴을 해 도자기와 선체 등 2만4천여점과 동전 28t(800만개)을 인양했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