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 관제사들이 지난달 30일 선박통행 상황을 살피고 있다.
“○○예인선, 여기는 태안연안 브이티에스.”
지난 3월7일 새벽 0시48분 부산으로 남하하던 예인선이 갑자기 북상했다. 태안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VTS·Vessel Traffic Service) 근무자들이 긴장했다. “확인해.” 태안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전홍민 알파팀장의 지시에 5명의 팀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2분 뒤인 0시50분, 1차 보고가 올라왔다. 예인선이 끌고 가던 부선(무동력선) 2척 가운데 연결선이 끊긴 1척을 찾으려 항로를 바꾼 것이었다. 예인선은 태안연안 브이티에스의 도움으로 나치도 부근 해상에서 표류하던 부선을 회수해 예인하고 새벽녘 부산으로 떠났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태안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가 지난 1일로 개국 1년을 맞았다. 이 센터는 지난 2007년 12월 삼성 크레인선이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충돌해 발생한 태안 유류오염사고를 계기로 서해 중부해상의 항해 안전을 위해 지난해 7월1일 문 열었다. 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 개국은 2006년 진도를 시작으로, 여수(2012), 통영(2014), 경인연안(2017)에 이어 태안이 다섯 번째다.
태안연안 브이티에스는 인천에서 태안까지 우리나라 수도 면적의 3.7배에 달하는 서해 중부 연안해역을 관할한다. 충남 태안의 옹도항로 등 인천, 평택, 대산항에 드나드는 유조선, 대형 상선은 물론 이 일대 항·포구의 어선을 모두 관제하며 선박이 밀집하는 항로 상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은 태안연안 브이티에스 개국 이전에는 관할 구역에서 3년 동안 상선과 어선이 충돌하는 사고 등 해상사고가 9건이 발생했으나, 개국 뒤 1년 동안 무사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태안연안브이티에스가 지난해 7월 개국해 연말까지 교신한 내용은 선박 6만1천여척과 9만3800여회에 달했다. 센터는 팀장 등 6명이 한 조인 알파, 브라보, 찰리 등 3개 팀이 교대 근무한다.
태안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 알파팀이 2일 긴급상황 훈련을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항만 브이티에스는 주로 항구를 이용하는 대형 선박을 관제하는 체계라서 백화점 같고, 연안 브이티에스는 항로를 통과하는 연안을 관제하다 보니 크고 작은 배가 뒤섞여 시장같이 번잡합니다.” 전홍민 팀장은 “봄부터 초여름 농무가 끼는 날은 시야 확보가 안 돼 각별히 충돌사고를 예방하는 근무에 집중한다. 최근에는 바다낚시가 붐을 이루면서 안면도 신진항 앞 옹도 주변의 경우 주말에 물때가 맞으면 20여명씩 탄 낚싯배만 50여척에 달해 각별하게 살핀다”고 했다.
센터 근무자는 레이더 모니터에 점으로 보이는 배를 보면서 현장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판단을 잘못하거나 뒤늦으면 최악의 상황 발생 시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급한데 무전교신이 안되는 상황도 적지 않다. 전 팀장은 “응답하지 않으면 배의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를 확인해 선장 휴대전화로 통화한다”며 “유사시에 대비해 팀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수시로 훈련한다. 특히 팀원이 바뀌면 업무에 익숙해질 때까지 훈련을 반복한다”고 전했다.
“어선들은 우리를 미운 시누이 정도로 여길 겁니다. 해사안전법상 어선은 항로에서도 조업할 수 있지만 우리는 통행하는 선박에 방해되거나 충돌사고가 나는 걸 예방해야 하므로 무전으로 노상 잔소리를 해대거든요.” 김사진 태안연안 브이티에스 센터장은 “우리는 안전을 바라는 기도를 하고 근무한다. 사고 없이 근무를 끝내고 교대하는 팀원들 표정에서 보람을 찾는다. 앞으로도 선박 관제 업무에 최선을 다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태안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