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대전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투쟁 승리대회에서 중학교에서 조리원으로 일한다는 파업 노조원들이 신나게 ‘차별 철폐’ 구호를 외치고 있다.
“몇해 전부터 아이들 안전을 위해 학교 출입통제가 강화됐어요. 근무자 식별표를 받았는데 제 직위와 이름 대신 ‘단기 방문자’라고 적혀 있었어요.”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돌봄 전담사(48·여)는 10여년 동안 학교에서 일하며 겪은 ‘차별 보따리’를 풀어놨다. “저는 교원 자격증이 있습니다. 졸업한 뒤 육아를 하고 학교 문을 두드렸는데 여의치 않았어요. 맞벌이 부부의 자녀 가운데 저학년을 맡아 돌보는 일도 보람 있을 거라고 여겼는데….” 그는 애써 분노를 가라앉혔지만 붉어지는 눈시울까진 감추지 못했다.
대전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투쟁 승리대회가 4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파업 참여 노동자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대회는 분홍색 조끼 차림의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연두색 조끼를 입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소속 노조원 600여명이 참석해 “학교를 바꿔서 세상을 바꾸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집회는 묵념에 이어 ‘철의 노동자’ 제창, 구호, 발언 등 여느 파업집회와 다르지 않았으나 노동자들은 밝았고, 꽃방석을 가져온 이, 선글라스를 착용한 이들도 많아 집회가 진행되는 내내 유쾌했다.
4일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대전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투쟁 승리대회에서 참가한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있다.
“파업한다니 무섭고 걱정도 됐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당연한 권리를 해달라는 거잖아요. 우리의 주장을 말하는 날이니 즐거운 거죠.” 조리원으로 일하는 파업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할 말을 하니 속이 뻥 뚫린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아휴~ 내가 노조원이 되고 파업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에게 “왜 동참하셨느냐?”고 물었다. “난 학교에서 당직해요. 한번도 할 말을 못 하고 살았어요.”
기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되묻자 다른 곳을 보면서 남의 말 하듯 대답했다. “당직이 하는 일이 아닌 것도 막 시켜요. 난 잡부가 아닌데… ‘출근하지 말라’고 하면 그날로 그만둬야 하는 처지니 못 한다는 말을 못 했어요.”
그는 “나야 늙었으니… 젊은 사람들은 하는 일 때문에 무시당하지 않고 차별받지도 않고 일하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머릿수나 채울까 싶어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4일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대전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투쟁 승리대회가 열렸다.
김은실 교육공무직본부 대전지부장은 “어떤 교장은 회유하고 어떤 교장은 윽박지르는데도 우리는 한자리에 모였다”며 “우리 일이 정규직과 다른가. 우리 파업은 차별을 멈추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성민 학교비정규직노조 대전지부장은 “정규직이 하기 싫은 일은 우리가 다 한다. 너무 많은 차별이 있다. 오늘도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의 몫까지 우리가 대신해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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