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태안사설해병대캠프 참사 6주기를 맞아 공주대부설고에서 고 이병학, 이준형, 김동환, 장태인, 진우석군 등 희생 학생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렸다.
스크린에 비친 교복 차림의 아이들은 ‘껑충’ 하늘로 뛰어오르더니 친구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깔깔거렸다. 강당에서 운동장으로, 또 교실로 옮겨 다니며 세상 걱정 없는 환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어제 모습 같았다. 영상을 바라보던 같은 교복 차림의 아이들이 눈물을 훔쳤다.
태안사설해병대캠프 참사 6주기 추모식이 18일 오전 9시 충남 공주시 봉황로 공주대부설고 강당에서 재학생과 유가족, 교육 관계자, 희생자 친구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추모식은 추모 동영상 상영, 안전백일장 수상 작품 낭독, 울림오성 장학금과 이준형 장학금 전달, 학교장 추모사, 공주대 총장 추모사, 학생안전관리헌장 낭독, 유족 대표 인사 등 차례로 진행됐다.
<울고, 괴로워하고, 미안해하고> 시를 써 상을 받은 송은혁(1학년)군은 “괴로워하는 우리에게 울지 말라고, 괴로워하지 말라고, 미안해하지 말라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시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시인들은 자신의 꿈을 써내려가며 되고 싶은 자신을 위해 노력했던 자랑스러운 선배들”이라고 세상을 떠난 다섯 선배를 기렸다. 송군은 “입학해서 다섯 선배의 비극을 알았다. 위험한 상황에서 손을 맞잡아 서로를 보호하고,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고 바다로 뛰어든 선배들의 사연을 알고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태안사설해병대캠프 참사 6주기 추모식이 열린 18일 공주대부설고 강당에서 재학생들이 희생 학생들의 생전 모습을 보고 있다.
참석자들은 “다섯 학생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 사이에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희생되는 인명이 더는 있어서는 안 된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유경근 세월호 유가족 대변인은 “여러분은 학생들 가운데 한명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이 온전한 세상이고 온전한 우주다. 자식을 잃고 보니 세상 모든 게 사라졌다”며 “유가족은 여러분이 같은 희생을 겪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함으로 지금까지 힘을 다해 왔다. 선배의 희생과 유가족의 투쟁을 잊지 말고 성장해 어처구니없는 위험을 방치하는 어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2013년 사설해병대캠프에 참가했던 다섯 희생자의 친구 강인석(24·전남대 의대 4년)씨는 “해마다 추모식에 참석한다. 특히 친했던 준형이는 꿈이 저와 같은 의사였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떠난 친구들이 더 보고 싶다”고 그리워했다.
공주대부설고 재학생들이 18일 태안사설해병대캠프 참사 6주기 추모식에서 희생당한 선배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하고 있다.
이후식 태안사설해병대캠프 유가족 대표는 “여러분은 이 사고를 거울삼아 사회의 부정부패와 관행적 적폐를 척결해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데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학생안전체험관이 공주시 충남도교육연수원에서 오는 9월3일 개관해 학생 안전과 꿈을 실현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체험관 1층은 6년 전 오늘 태안 앞바다에서 숨진 다섯 아이의 추모 공간으로 꾸며진다. 참혹했던 그 날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다짐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13년 7월18일 공주대부설고 2학년 80여명은 충남 태안 안면읍 백사장항 주변에서 열린 사설해병대캠프에 참여했다. 이들은 교관의 명령에 따라 구명조끼 없이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갯고랑에 빠졌으며, 이병학, 이준형, 김동환, 장태인, 진우석군 등 5명이 숨졌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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