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조원들과 민주노총 등 76개 단체로 꾸려진 유성기업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2016년 5월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현대차 정문 앞에 설치되어 있던 한광호 열사 분향소로 이동하려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과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일부 연행되고 분향소를 경찰에 빼앗긴 뒤 도로 위에 임시로 영정을 모셔 집단 분향하고 있다. 이들을 에워싼 경찰을 감추려는 듯 집회 참가자들이 영정 뒤로 만장을 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자동차 부품회사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현대자동차 직원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원청업체가 부품납품업체의 노사 관계에 개입해 부당노동행위를 한 점이 법원에서 확인된 것이다. 완성차 업체가 부품사 노조활동에 개입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 홍성욱 판사는 22일 유성기업의 노조(금속노조) 파괴에 관여한 혐의(노조법 위반)로 기소된 현대자동차 구매본부 최아무개 과장에게 징역 1년, 같은 회사 엔진부품개발팀 황아무개 팀장, 강아무개 차장에게 각각 징역 8월, 권아무개 대리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고 이들의 형 집행을 2년간 유예했다. 또한 이들에게 60~120시간씩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홍 판사는 “피고인들이 혐의를 전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대체로 반성하고 있고 범행 과정에 정상 참작할 만한 여지가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이들을 불구속 기소(재판에 넘김)하면서 “현대자동차는 2011년 7월 유성기업에 제2노조(유성노조)가 설립되자 (그해) 9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유성기업 사쪽으로부터 노조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았다. 최 과장 등은 제2노조의 조합원 모집 실적이 부진하자 활동 상황을 점검하고 질책하는 내용을 유성기업에 전하는 등 노조파괴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2011년 9월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10층 회의실에서 유성기업, 창조컨설팅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기도 했다. 유성기업은 다음달인 10월8일 현대자동차에 ‘2012년 12월31일까지 제2노조 조합원 수가 80%를 넘을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죄 판결을 받은 현대차 직원들은 “유성기업 노사 관계에 관여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결품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유성기업이 제공한 생산안정화 계획 등을 살펴본 것”이라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서 항소를 통해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유성기업 노조는 “그동안 사쪽의 노조파괴 공작으로 노조가 당한 고통과 희생에 비해 이들의 형량이 너무 낮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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