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중씨(왼쪽 세번째)가 한마음야학 개교 30년 기념식과 30회 졸업식이 열린 지난 6일 저녁 대전 중구청 대회의실에서 자작시 ‘섬’을 옮겨 적고 있다.
“나의 고향 전남 신안 팔금도/ 해녀물질, 농사일/ 열심히 일만 했었다,/ 그땐 새처럼 날고 싶었다 (중략) 나는 가끔 내 고향 섬으로 간다/ 내가 쓴 글을 가지고/ 엄마 만나러…”(정양중 시 ‘섬’ 일부)
대전한마음야학 개교 30년 기념식과 30회 졸업식이 열린 6일 대전 중구청 대회의실, 무지개반 학생 정양중(68)씨가 자작시 ‘섬’을 낭송했다. 박수와 웃음이 끊이지 않던 식장에 눈물과 한숨이 배경음악처럼 흘렀다. ‘섬’은 지난 3일 열린 대전문해한마당축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4년 전 입학해 한글을 배웠으니, 그의 글솜씨는 타고난 재능과 엄마를 그리는 마음, 배우는 즐거움이 이룬 결과다.
정양중씨가 한마음야학 개교 30년 기념식과 30회 졸업식이 열린 지난 6일 저녁 대전 중구청 대회의실에서 자작시 ‘섬’을 낭송하고 있다.
“엄마가 죽고 외할머니가 학교에 보내줬는데 돌아가셔서 반 학기 만에 그만뒀어요.” 여덟살 정씨는 장사하는 외삼촌을 따라 여러 섬을 떠돌며 물질을 배워 애기 해녀가 됐다. 미역과 소라를 따고 농사짓다가 열다섯살 때 시집가는 외사촌을 따라온 곳이 대전이었다. 나이 열여덟에 농사꾼 남편을 만나 4남매를 두었다. 아버지는 새 장가 들어 목포에서 살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만 전해 들었단다.
“때를 놓치니 배운다는 게 어렵더군요. 야학 소개를 받고 바로 입학했어요.” 글을 배우니 길을 걸어도 간판 등을 읽는 재미에 다리 아픈 줄 모른단다. 배운 첫 글자는 ‘엄마’였다. ‘엄마’를 쓰고 읽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단다. 그는 “추석이 되면 엄마가 더 그립다. 그런데 엄마 얼굴을 모르니 꿈에서도 만나지 못해 배운 글로 편지를 쓰게 됐다. 할머니가 돼 공부를 시작했지만 배움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엄마! 엄마 딸이 상 받았어. 엄마 하늘나라에서 나 보고 있지? 추석날 엄마한테 갈게.”
한마음야학은 1989년 대전 갈마동 천막 교실에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소중한 배움터가 되자’는 취지로 개교해 그간 400여명의 자원봉사교사와 500여명의 후원자가 1400여명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다. 현재 장미1, 2, 3반 등 주간반과 들꽃향기반, 지혜반, 상아탑반으로 나눈 문해반, 초등~고교 졸업 검정고시반에서 45명의 선생님이 110명을 가르친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중·고교 검정고시에 합격한 송희순(72)씨 등 40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졸업생 박원옥씨는 “하얀 건 종이고 까만 건 글씨였다. 마침내 우리는 오늘 고교 동창이 됐다”고 감격해 했다. 장성백 교장은 “교사는 가르치며 배우고, 학생은 배우며 가르치는 곳이 야학이다. 한마음야학은 배우려는 분이 있는 한 앞으로 50년, 100년을 위해 신발끈을 고쳐 맬 것”이라고 다짐했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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