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충남도청 관사촌에서 3일 대전 원도심 가을축제인 ‘테미오래’가 막을 올린다. 지난봄 관사촌을 찾은 시민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대전 중구 보문로(대흥동) 대고 오거리에서 보문 오거리 사이 오른쪽 언덕은 옛 충남도지사 공관과 도청 간부들이 살던 관사가 몰려 있어 ‘관사촌’으로 불린다. 충남도청이 내포로 이전한 뒤 비어있던 관사촌은 지난 4월 이곳의 지명을 딴 문화공간 ‘테미오래’로 변신했다. 관사는 전시장, 작가들의 작업 공간, 공연 무대가 됐다.
테미오래에서 10월4~6일 대전 원도심 가을축제가 열린다. 무대는 옛 충남지사 관사를 왼쪽에 두고 오른쪽으로 모퉁이를 돌면 보이는 담장이 나란한 골목길 일대다.
첫날 저녁에는 지난 봄 이곳에 입주해 작업했던 연극인들이 축하 무대를 꾸몄다. 이들은 버스를 타고 대전의 주요 거리를 소개하는 형식의 연극 ‘또 다른 날의 태양’을 지사 공관 뒤뜰에서 공연한다. 이어 테미 풍류가 가로등 불빛 짙은 한밤까지 펼쳐진다.
5일은 지사공관 정문 앞길에서 대전지역 70개 마을기업이 여는 플플마켓과 지역예술가들이 공연하는 플플공연이 열린다. 인기그룹 버스커버스커 공연과 마임, 어린이극, 국악 공연도 무대에 오른다. 어둠이 내려앉는 저녁 7시에는 공관 뒤뜰에서 대전의 재즈 가수들이 감성적이고 자유로운 리듬에 원도심의 정취를 담아 노래한다. 이 축제는 6일 어린이 사생대회와 만화 이야기, 근대에 형성된 도시인 대전을 이야기하는 세미나로 막을 내린다.
지난봄 대전 원도심 관사촌을 찾은 어린이들이 골목길에서 비눗방울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전시·행사도 다채롭다. 지사공관은 ‘원도심 놀자’, 1호 관사는 ‘대전연극사 100년 특별전’, 2호 관사는 ‘만화도서관 전시’, 5호 관사는 ‘먼 나라 낯선 이웃 이스탄불 전시’가 열려 볼거리를 더 한다. 8호 관사와 9호 관사는 각각 시민 쉼터와 오픈 스튜디오 공간이다. 7호와 10호 관사는 국내외 작가 5명이 상주하며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대전시 도시재생과 임숙향씨는 “테미오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인 쌍문동 같은 분위기의 주택가 골목 정서가 남아 있다. 대문 너머로 옛 친구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며 “많은 시민이 크지 않은 골목길을 가족과 걸으며 보고 예술인들과 대화하며 가을의 추억을 남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대전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