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농업기술원 관계자가 23일 극조생종인 ‘빠르미’의 시범재배 포장에서 올해 두 번째 수확하고 있다. 국내 품종 가운데 이기작에 성공하기는 빠르미가 처음이다.
충청남도가 국내 벼 품종을 이용해 처음으로 한 해에 두 번 재배하는 ‘이기작’에 성공했다. 성장 기간이 짧아 농지 이용률이 높고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 위험도 적어 농가 소득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충남도 농업기술원은 23일 충남 예산의 도 농업기술원 시범재배 포장에서 극조생종 벼인 ‘빠르미’를 수확했다고 밝혔다. 이날 수확한 빠르미는 지난 7월27일 첫 수확을 마치고 3일 뒤인 7월30일 같은 논에 이앙(모내기)한 것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벼 품종으로 이기작에 성공하기는 빠르미가 처음으로, 그동안 남부지방에서 일본 볍씨로 이기작을 시도했으나 수확량이 크게 떨어지는 등 문제가 나타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날 추수한 빠르미의 수확량은 0.1헥타르(ha·1000㎡)당 470㎏으로, 지난 7월 첫 수확량(0.1ha당 513㎏)보다 10% 정도 줄었다. 국내 대표 벼 품종인 삼광벼의 평균 수확량은 0.1헥타르당 569㎏이다.
빠르미는 도 농업기술원이 10년 전인 2009년부터 국내·외 조생종 품종을 교배해 개발한 극조생종이다. 우리나라 벼 품종 가운데 생장 기간이 70~80일로 가장 짧아 △노동력·농자재·농업용수 절감 △가뭄·태풍·홍수 등 자연재해 발생 시기를 피해 재배 가능 △추석 전 햅쌀 시장 선점 등을 할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수확한 벼에서 농업기술원은 “일반적으로 벼를 늦게 이앙하면 생육 기간이 충분치 않아 낟알이 제대로 영글지 못하고, 숙성 정도도 불량해 수확이 불가하거나 수량이 크게 떨어진다”며 “하지만 빠르미는 이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아 품질 등이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충남도농업기술원은 23일 “두 번째 수확한 빠르미가 낟알이 잘 영글고 생산량도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또 농업기술원은 “벼를 베어낸 뒤 자라는 움벼를 재배하는 시험에서도 이삭 패기 등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처럼 한번 모를 이앙하면 두 번 수확해 노동력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빠르미를 개발한 윤여태 박사는 “이번 이기작 성공은 3~7월에 감자, 옥수수, 강낭콩을 재배한 뒤 빠르미를 이앙하거나, 4~7월에 빠르미를 키우고 이어 들깨, 무, 배추 등을 심는 방식으로 같은 땅에서 일 년 동안 두 번 수확할 수 있어 농가 소득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 식량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충남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