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교육청이 공익제보자를 중징계 요구해 물의를 빚는 가운데 제보자가 신고한 시교육청 누리집 화면, 전자우편주소와 전화번호 등이 기재돼 있으나 시교육청은 익명을 선택해 공익제보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대전지부 제공
대전시교육청이 학교 행정실의 횡령 사실을 알린 공무직 공익제보자를 공범으로 몰아 중징계하라고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29일 대전의 한 사립학교 행정실 직원인 ㄱ씨와 전교조 대전지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10월 대전시교육청 누리집을 통해 행정실장 등 2명이 학교 공금을 횡령했다며 수법과 일시 등을 공익제보했다.
ㄱ씨는 제보 화면에 따라 전자우편주소와 휴대전화 번호 등을 기재한 뒤 ‘실명’과 ‘익명’을 선택하는 곳에서 ‘익명’을 선택했다. 그 뒤 그는 시 교육청 감사관실에서 연락을 받고 제보 사실에 대해 자세히 알렸다. 이후 시 교육청은 행정실장과 사무직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행정실장과 사무직원은 지난달 중순 벌금 700만원과 500만원에 각각 약식기소됐다. 또한, ㄱ씨는 범행에 가담한 사실은 인정되나 범죄 정보를 제보한 점이 참작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시 교육청은 이 사건을 고발한 지난해 11월과 지난 9월29일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이 학교재단에 공문을 내려보내 “행정실장 등 2명과 제보자 ㄱ씨를 횡령 혐의로 중징계하라”고 요구했다. 공익제보 화면에서 ‘실명’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이에 대해 전교조 대전지부는 “중징계는 파면을 뜻한다. 학교재단이 고발에 따른 수사를 이유로 처분 결과가 나오면 징계하겠다고 답변했는데도 시 교육청은 징계 촉구 공문까지 보냈다”고 전했다.
대전시교육청은 “ㄱ씨는 애초 지난해 10월1~4일 사이 5건의 제보를 익명으로 했다. 법률전문가도 ㄱ씨를 공익제보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재단 쪽에 징계를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시 교육청는 29일 “익명 신고라고 할지라도 그 내용에 따라 감경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제재심사위원회를 열어 ㄱ씨에 대한 처벌 수위 등을 재조정하고 있다.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고려해 재단 쪽이 자율적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수준으로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