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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주말아빠’ 뿡뿡이아저씨 권선학씨

등록 2019-12-15 18:36수정 2019-12-16 02:33

논산 공익단체 늘푸른나무 대표
15년째 아이들과 여행·체험 활동
돌봄 받은 아이들 성인 돼 동행도
권선학 늘푸른나무 대표(왼쪽)가 지난 여름 충남 보령 소황사구에서 아이들과 생태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늘푸른나무 제공
권선학 늘푸른나무 대표(왼쪽)가 지난 여름 충남 보령 소황사구에서 아이들과 생태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늘푸른나무 제공

“내일은 온천에 가요. 뜨겁다고 온탕에 안 들어가는 애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찾고 있어요.(허허허)”

권선학(논산계룡축산농협 사회공헌팀장)씨는 13일 인터넷을 검색하며 연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뿡뿡이아저씨’로 불리는 그는 충남 논산의 공익단체 ‘늘푸른나무’(eg-tree.net) 대표다. 1995년 미래세대를 위해 늘푸른나무를 세우고 한결같은 걸음으로 지역 청소년을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가 신이 나서 싱글벙글 웃음 짓는 것은 주말이면 아빠가 되기 때문이다.

‘주말 아빠’가 된 것은 15년 전부터다. 학교 돌봄교실과 지역아동센터가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은 문을 닫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방치되는 모습을 보고 ‘주말 돌봄-아빠가 필요한 아이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방치되면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크고, 게임에만 빠지면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해서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소외계층이 급증하고 있어요. 사회안전망이 돌봄의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도 틈새 소외가 적지 않아요.”

‘주말 아빠’의 일은 온종일 아이들과 자연에서 신나게 노는 것이다. 자연과 교감하면 정서가 안정되고 창의력과 교과학습 효과도 높아진다. 올해는 논산 탑정호 발원지, 4대강 발원지, 충남 서천 갈대밭, 춘장대 해수욕장, 공주 연미산 자연미술공원, 대전 장태산휴양림, 창녕 우포늪, 서울숲 등을 여행했다. 아이들은 숲과 바다, 늪지의 생태를 배우고 숨바꼭질, 만들기, 명상하기, 그리기 등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추억을 쌓았다. 지지난 토요일에는 순천만 국가정원을 찾았다. “흑두루미가 많죠? 올해 이곳을 찾은 흑두루미는 역대 최대인 2700마리라고 합니다. 흑두루미가 여러분을 반기는 비행을 하네요.” 꿈나무공부방을 맡은 가르멜수녀회 소속 수녀님의 설명에 아이들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다. 조아무개(9)군은 “엄마가 일요일에도 일해서 매일 집에만 있었는데 뿡뿡이 아저씨와 형·누나와 같이 놀 수 있어 너무 좋다. 일요일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주말 아빠’ 손을 잡고 놀던 아이들은 성장해 주말 일손이 됐다. 공고를 졸업하고 취업한 준혁(가명)씨, 대학원 조교를 하는 인영(가명)씨는 월 1만원씩 후원하고, 시간을 내어 ‘주말 형’, ‘주말 언니’ 노릇을 한다. 올해 수시로 대학에 합격한 순철(가명)이는 알바를 하더니 지난 달부터 당당한 후원자가 됐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정성으로 자라요. 사랑을 주면 반듯하게 쑥쑥 성장합니다.” 그는 “‘우리 가족은 언제 놀러 가냐’고 푸념하면서도 고된 뒷바라지를 마다치 않는 아내와 늘 아빠 편인 아들이 든든한 백”이라며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내준다면 저는 물론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41)736-1223.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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