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이 털렸다. 개장 이후 처음이다.
강원도 정선경찰서는 여성 1명이 포함된 3인조 외국인이 지난 7일 강원랜드 카지노의 슬롯머신 1대의 현금통을 털어 달아나 수사 중이라고 9일 밝혔다. 이들은 7일 오후 5시께 카지노 입구의 제일 안쪽 중앙 벽면 쪽에 설치된 슬롯머신의 문을 열고 2400여만원이 들어 있는 현금통을 빼내 택시를 타고 인근으로 이동한 뒤 종적을 감췄다. 강원랜드는 이날 저녁 8시24분께 이 슬롯머신의 현금통이 없어진 것을 파악하고 밤 9시15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 외국인의 수법은 교묘했다. 우선 슬롯머신에서 게임을 하는 것처럼 200만원을 기계에 넣은 뒤, 잔액 반환 버튼을 눌렀다. 잔액은 현금으로 반환되지 않고 이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교환증(이지티켓)으로 발급되는데, 이 교환증 환전소에 갖다주면 현금으로 바꿔준다. 이들은 10여 차례에 걸쳐 현금을 넣고, 교환증을 발급받은 뒤, 이를 환전해 다시 슬롯머신에 현금을 넣는 수법으로 현금통의 현금을 2400여만원까지 늘렸다. 그러고는 슬롯머신을 열어 현금통을 털어 달아났다. 이들은 마스터키로 보이는 열쇠 여러개를 이용해 슬롯머신을 연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통은 여성의 가방에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과 용의자들이 환전에 사용한 여권 사본 등을 확보해 이들의 범행 수법과 인적을 확인 중이다. 여권상 이들은 홍콩 국적 남성과 페루 국적 남녀 등 30~40대 3명이다. 경찰은 이들의 범행이 국제적으로 유행하는 수법과 유사하고, 슬롯머신을 열고 현금통을 훔치는 데 걸린 시간이 불과 30~40초 수준인 점으로 미뤄 전문털이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국내 카지노 관계자는 “국내 카지노의 슬롯머신이 대부분 수입 제품으로 외국 슬롯머신과 같아서 마스터키 몇개만 있으면 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8일 새벽 0시20분 인천공항을 출발한 태국행 비행기에 이들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외국인 3명이 탑승한 것으로 전해져 용의자들이 이미 한국을 벗어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원랜드 카지노에는 1360대의 슬롯머신과 130대의 게임 테이블이 설치돼 있다. 범행 당시 보안요원 10여명이 근무했으나 용의자들이 달아난 뒤 3시간여 동안 현금통이 털린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실내가 시끄럽고 범행 대상이 된 기계가 구석에 있는데다 오작동하는 기계도 가끔 있어 발견이 늦었다”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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