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폴리텍대 바이오캠퍼스 학생들이 25일 오전 교문 앞에서 학교 쪽에 ‘부당한 교수 인사 철회’를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교수님이 다른 캠퍼스로 발령 나 프로젝트 과제가 없어졌어요. 교수님을 돌려주세요. 연구소에 취업하고 싶어요.”
충남 논산시 강경읍 한국폴리텍대 바이오캠퍼스 학생들은 25일 오전 8시30분 학교 정문 앞에서 ‘학습권 보장’, ‘근거 없는 부당한 교수 인사 철회’ 등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했다. 바이오의약분석과 재학생(2학년)은 “안전성 평가연구소에 취업하려고 입학해 유명 제약회사 약리분석실장을 역임하신 한 교수님의 지도로 지난해 실험동물 프로젝트를 했다”며 “지도교수님이 다른 캠퍼스로 발령 나 엉뚱한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 꿈이 날아갈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앞서 교수와 재학생, 학부모들은 매주 수요일 한국폴리텍대 법인 앞에서 릴레이 1인 집회, 학교 앞 손팻말 침묵시위와 학과별 성명을 발표하며 학교에 부당한 교수 인사 철회를 주장해 왔다. 바이노나노소재과 신입생들은 “화장품, 유기화학을 배우려고 입학했는데 전공 교수님이 다른 과로 발령 나 안 계신다. 전공 교수님의 노하우를 배우지 못하는 학교 수업이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 학교에 다닐 이유가 없어졌다”고 반발했다. 한 학생은 한 포털 카페에 올린 글에서 “‘학교에서 배웠습니다’이어야 하는데 ‘학교에서 안 가르쳐 주었습니다’가 됐다”고 비판했다.
25일 한국폴리텍대 바이오캠퍼스 앞에서 학생들이 ‘교수 인사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졸업생들도 성명을 내어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바이오배양공정과 1~13기 졸업생 대표들은 지난 11일 ‘학교 정상화 투쟁 지지’ 성명을 내어 “학교 쪽의 부당한 인사로 인해 학과별 고유한 전문성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90% 이상의 높은 취업률은 다년간 산업체 실무경험을 갖고 계신 베테랑 교수진의 헌신과 학생들의 부단한 노력 때문에 가능했다”며 “학교는 꿈을 실현하려고 입학한 후배들이 학과의 고유한 전문성을 배워 취업할 수 있도록 최적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오캠퍼스는 바이오산업 분야 현장 전문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대학으로, 높은 전문성을 갖춘 교수들이 학생들을 교육해 해마다 90% 이상의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바이오캠퍼스는 올 초 계열화를 한다며 재직교수 22명 가운데 7명을 이 캠퍼스의 다른 학과, 2명은 다른 캠퍼스로 전보 인사했다. 교수·학생이 반발하자 한국폴리텍대 본부가 감사에 나서 부당한 인사라고 통보한 데 이어 지난주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도 ‘인사 철회가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한국폴리텍대 바이오캠퍼스의 교수인사 파행과 관련해서 한 포털의 카페에 학교 쪽을 비판하는 글이 빼곡하게 게시돼 있다. 카페 화면 캡처
이에 대해 학교 쪽은 후속 조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대학 교무기획처 관계자는 “소청심사 결과에 대한 공식 문건을 받지 못해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 결과 공문이 오면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국폴리텍대 바이오캠퍼스 학생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