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사흘 사이 15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미등록 유사 다단계판매시설이 집단감염 진원지로 지목되자 허태정 대전시장은 17일 전수 실태 조사와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시 제공
대전에서 사흘 만에 15명이 코로나19 감염증에 확진됐다. 미등록 유사 다단계판매 시설 관련 접촉자가 12명이며, 충남 계룡시의 확진자 2명과 홍성 확진자도 대전 다단계시설이나 관계자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는 등록·미등록 다단계판매업소 전수조사와 함께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대전시는 17일 6명(대전 56~61번)이 코로나19 감염증에 추가 확진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모두 61명이 됐으며,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15명이 확진됐다.
대전의 집단감염원은 15일 확진된 49번 확진자(60대·여·복수동)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를 보면, 49번 확진자는 지난 4일과 10일 서울과 대전 괴정동의 다단계판매업소를 각각 방문한 뒤 11일 근육통과 고열 등 증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 여성은 확진 전까지 용문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지인들과 만나고 열차 편으로 서울 동작구의 자녀 집과 충남 논산의 언니 집을 다녀왔다.
질병관리본부와 시 보건당국은 이 여성이 접촉한 20명을 검사해 16일 40대(서구·여·대전50번), 50대(서구·여·대전52번), 50대(유성·여·대전53번), 50대(유성·대전54번), 50대(세종·여·대전55번) 등 5명의 감염을 확인하고 충남대병원 등에 입원 조처했다. 또 이날 대전 56~59번 확진자 등 4명의 추가 감염 사실도 확인했다. 56번 확진자(70대·여·중구)는 50번 확진자(40대·여·화장품 판매업, 15일 확진)와 서구 오렌지타운에서 만난 뒤 확진됐다. 대전 57·59번 확진자는 유성구와 세종시에 사는 60대 여성들로 미용실에서, 58번 확진자(60대·서구)는 자연건강힐링센터에서 각각 49번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49번의 며느리도 확진됐으며 논산 언니는 음성으로 나타났다. 56번 확진자는 49번과 접촉한 50번 확진자에게 감염된 3차 감염 사례다. 이날 밤 늦게 확진 사실이 알려진 60번(50대·남 ·유성구)과 61번(60대·여·서구) 확진자도 50번, 56번 확진자와 오렌지타운 내 사무실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61번 확진자는 49번-50번-56번에 이은 4차 감염자다. 시 보건관계자는 “50번, 53번, 계룡시 확진자 2명 등 확진된 6명이 오렌지타운에 있는 다단계판매 관련 사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돼 이곳이 또다른 감염원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현재 이 사무실 대표인 남성에 대해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대전에서는 지난 15일 60대 목사 부부(대전 47·48번, 서구 갈마동)가 확진됐으며, 이 목사와 접촉한 50대(서구·여, 대전51번)와 지인(서울 마포 거주·서울서 확진)도 확진됐다. 부인은 지난 10일, 목사는 11일 각각 증상이 시작됐으나 지난 14일 예배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시 보건당국은 “지난 14일 예배에 한 교인이 봉산초에 다니는 자녀 2명과 함께 참석해 대전교육청에 통보했다. 목사의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아 정밀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봉산초는 26일까지 등교를 중지하고 온라인 수업을 결정했으나 학생과 가족이 모두 음성으로 나타남에 따라 조기 등교를 검토하고 있다. 이 목사의 교회는 신도 11명이고 교단에 속해 있지 않은 독립교회다. 한편 대전 51번 확진자는 역학조사에서 경기, 서울 등에서 30여명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돼 보건당국이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대전에서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이웃 세종, 충북 청주 등도 긴장하고 있다. 대전 쪽 확진자나 밀접 접촉자 등이 방문했거나 근무지가 있기 때문이다.
세종교육청은 세종하이텍고 교사가 대전 51번 확진자의 남편으로 확인돼 이 학교의 등교 수업을 중단하고 원격 수업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지난 16일까지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문경만 세종시교육청 주무관은 “이 교사는 수업 전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따라 발열 등을 체크한 뒤 이상이 없어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17일 오전 주소지인 대전 서구보건소에서 진단 검사를 했으며, 세종교육청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생 등에게 집·기숙사 등에 머물며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조처했다. 이 학교는 학생 263명 가운데 92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으며, 교직원은 67명이다. 문 주무관은 “확진되지 않길 기대한다. 만일 확진되면 모든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진행하고 추가 조처를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미등록 유사 다단계판매시설이 집단감염의 진원지로 떠오르자 미등록 시설을 포함해 특수판매업체(다단계판매시설)에 대해 전수 실태 조사에 나섰다. 대전에 등록된 다단계·후원방문·방문업 등 특수판매업은 모두 807곳이다. 또 시는 49번 확진자가 지난 10일 방문했다고 밝힌 50번 확진자의 서구 괴정동 사무실이 미등록 다단계판매시설로 판단하고 경찰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특수판매업체에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발령한다. 등록업체는 물론 방역 사각지대에 있는 미등록 특수판매시설의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에서도 14일부터 아산 2명. 홍성 1명 등 5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도 보건당국은 이날 홍성에 거주하는 여성(63·)과 계룡시에 사는 ㄱ(68·남)·ㄴ(65·여)씨 부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확진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충남 확진자는 156명으로 늘었다. 홍성 여성은 지난 11일 대전 49번 확진자와 만나 식사한 뒤 증상이 나타났고, ㄱ씨와 ㄴ씨는 최근 대전 괴정동 오렌지타운의 다단계판매 관련 사무실을 방문한 뒤 16일 확진됐다.
송인걸 오윤주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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