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혁 대전시 보건복지국장이 18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상황과 역학조사 내용을 밝히고 있다. 대전시 제공
대전의 한 미등록 다단계판매시설이 코로나19 집단 발생 진원지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8일 오후 6시 현재 대전의 코로나19 총 확진자는 67명이다. 지난 15일 이후 대전 확진자는 20명이며 전국적으로 대전발 확진자는 30명인데, 이 가운데 23명이 다단계 판매시설을 방문했거나 이 시설과 관련된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전시 보건당국은 17일 밤 확진된 대전 60번(50대·유성 반석동)의 미등록 다단계판매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18일 밝혔다. 서구 괴정동 한 상가건물에 있는 이 시설은 대전 49번, 50번, 53번, 56번, 61번, 62번 확진자와 계룡시 부부 등 확진자 8명의 동선이 겹친다. 역학조사에서 60번 확진자는 지난 11일 첫 증상이 나타났으며, 14일에는 충남 홍성·예산 등지를 방문했다고 진술했다. 11일은 애초 감염원으로 의심했던 49번 확진자의 증상 발현일이기도 하다. 시 관계자는 “확진자 이동 동선 등으로 미뤄 볼 때, 60번 확진자가 대전·충청지역 다단계 판매망의 정점이고, 시설은 본보기 상품을 전시·설명하는 장소일 가능성이 크다”며 “49번, 50번, 56번 확진자는 직접 판매도 하고 판매자들을 모집해 60번의 다단계 시설로 안내해 판매망을 확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판매 실태를 잘 아는 50대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네트워크(다단계판매) 업체의 지사들이 최근 알음알음으로 판매망을 확충하고 물품을 ‘1+1’ 묶음 판매 등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재고를 처리한다”고 말했다. 그는 “네트워크 물품은 화장품과 건강식품 등으로 대전은 용문동과 괴정동 일대 등에 많이 몰려 있다. 시가 어제(17일)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자 ㅈ, ㄹ업체 본사에서도 교육장, 사무실 등을 폐쇄하라고 지시해 네트워크(다단계판매) 관계자들이 사무실 근처 카페 등에서 상담 등 영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시 보건당국은 대덕구 송촌동 바른몸 정형외과의원 입원환자(20대·여)와 70대(여·태평동) 등 4명도 코로나19에 추가 확진됐다고 덧붙였다. 20대 여성(대전 64번)은 61번과 같은 병실, 70대 여성 등 3명(대전 63, 65, 66번)은 지난 14일 등 여러 차례에 걸쳐 61번과 가장동 한민시장 인근 카페에서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 관계자는 “61번은 8~17일, 62번은 14~15일에 각각 바른몸의원에 입원했던 행적을 확인하고 입원환자·의료진·직원 등 43명을 검사했으며 34명은 음성, 9명은 검사중이다. 61번은 입원 기간에도 자주 외출해 60번의 다단계 시설 등을 방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대전 67번(60대·여·유성구 장대동)은 57번 확진자와 공주 계룡산온천 찜질방에서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에서도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세종시는 조치원읍에 사는 40대(여·세종 48번)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지난 14일 기도원인 청주 순복음보화교회에서 대전 55번 확진자와 접촉했다. 대전 55번 확진자는 앞서 대전 49번 확진자와 접촉했다. 세종 48번 확진자는 세종시 전동면의 한 제약회사 직원으로 밝혀졌다. 방역 당국은 이 회사를 폐쇄하고 전 직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 51번 확진자의 남편인 세종 하이텍고 교사는 검사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세종 하이텍고는 19일부터 학생들을 정상 등교시키기로 했다. 대전 51번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된 경기 안산시의 모녀도 확진됐다.
한편 이날 충남도는 다단계·방문판매업에 대한 집합금지 행정조치를 내렸다. 공주시는 대전 57번 확진자가 지난 14일 충남 공주 계룡산온천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자 시민에게 ‘14일 온천을 이용한 이들은 검사받으라’고 안전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송인걸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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