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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에 선제적으로 회수했는데…꼬마김치의 ‘한탄’

등록 2020-09-04 15:42수정 2020-09-04 16:42

기업윤리 따른 선제대응에 거래처 ‘오해’
청양 한울농산, 확진에 생산 김치 회수해
일본·대기업 거래처 “혹시 김치에 문제?”
업체 “우수한 품질·고객 신뢰 위기 맞아”
3일 오전 충남 청양군 청양읍 청양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한 주민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충남 청양군 청양읍 청양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한 주민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직원들 건강을 살피면서 공장을 폐쇄하고 최근 생산한 김치 출하를 중단시켰어요. 출하된 김치도 회수하도록 조처했는데…”

백창기 충남 청양 한울농산 대표는 4일 <한겨레>와 통화하다 “오해 때문에 회사 문을 닫게 생겼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울농산은 ‘꼬마김치’로 널리 알려진 식품회사로, 재료인 배추와 무를 유기농으로 계약재배하고 중소기업에서는 운영하기 어려운 김치연구소를 설립해 남다른 김치의 맛과 생산·유통 과정의 위생 등에서 신뢰를 쌓아왔다.

한울이 위기를 맞은 것은 지난 3일 오전에 충남도가 낸 ‘청양 김치공장내 코로나19 집단발병 상황’ 보도자료를 언론이 인용 보도하면서부터다. 이 자료에서 도는 향후 계획에 ‘현 재고량 판매중단 및 기간 중 유통된 식품 전량 회수 폐기 *8.28~9.2 기간 중 생산량 50톤 출고량 40톤(제주, 천안, 대전, 화성), 재고량 10톤’이라고 밝혔다. 이 내용은 즉시 언론을 통해 기사화됐다.

그런데 보도를 접한 일본 등 수출선과 대기업 등 거래처가 ‘생산량 전량을 회수해 폐기’한다는 점을 들어 클레임 수준의 의혹을 제기했다고 한다. 한울농산 쪽은 “음식물에 의한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없다. 그런데 지방정부가 김치전량을 회수해 폐기한다는 것은 한울의 김치가 코로나19에 오염됐기 때문 아니냐”라는 취지로 거래처에서 해명을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이런 전화가 불과 하루 새 수백통에 달했다.

충남도가 지난 3일 오전 청양 한울농산의 코로나 19 집단발병과 관련해 발표한 자료. 향후 계획에 ‘식품 전량 폐기’ 가 포함돼 있어(밑줄) 지방정부가 식품을 폐기하는 것으로 오해를 샀다. 충남도 제공
충남도가 지난 3일 오전 청양 한울농산의 코로나 19 집단발병과 관련해 발표한 자료. 향후 계획에 ‘식품 전량 폐기’ 가 포함돼 있어(밑줄) 지방정부가 식품을 폐기하는 것으로 오해를 샀다. 충남도 제공

백창기 대표는 “생산한 김치를 회수하는 조처는 내가 지시했다. 보건·안전에 문제는 없지만, 기업윤리 차원에서 김치를 회수하려고 한 것”이라며 “직원과 가족, 우리 회사 거래처 직원 등의 건강을 살피면서 고객과 거래처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고 회수를 지시하고 반품 요구가 있으면 모두 받으라고 한 것이 오해를 일으켜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후폭풍이 될 줄 몰랐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자료를 낸 충남도 관계자는 “회사에서 선제적으로 공장 폐쇄 및 방역, 김치 회수 등을 결정하고 공장 전 시설에 대한 바이러스검사 등도 제안했다. 이를 자료에 압축해 표기한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3일 오후에 낸 보도자료에는 ‘회사 쪽이 전량 회수에 나섰다’고 밝혔으나 오해를 풀기엔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도는 조만간 한울농산 관련 보도자료를 낼 예정이다. 이 자료에는 한울농산이 요청해 실시한 공장 3개 동과 사무실 등 업체 시설에 대한 23개 항목의 바이러스검사 결과가 모두 음성이라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충남도가 3일 오후 발표한 보도자료, 오전 자료와 달리 김치를 회수해 폐기하는 주체(밑줄)가 해당 김치공장(한울농산)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충남도 제공
충남도가 3일 오후 발표한 보도자료, 오전 자료와 달리 김치를 회수해 폐기하는 주체(밑줄)가 해당 김치공장(한울농산)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충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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