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시집 <귀향>과 <나비 포옹>이 대전에서 출간됐다.
높고 파란 가을 하늘이 열렸다. 단풍 곱고 바람 서늘한 이 계절에도 코로나19는 유령처럼 우리 곁을 맴돈다. 일상이 된 마스크를 벗고, 또래들과 여행길에서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을 보듬어주고, 인내하도록 돕는 시집 두권이 대전에서 출간됐다.
<귀향>(문경출판사 간)은 박경석·김혜린 부부 시화집이자 박경석(필명 한사랑) 시인의 22번째 시집이다. 박 시인은 청년기에 대전을 떠나 전장에서 부하와 나라를 지킨 예비역 장군이다. 그는 대전고를 나와 육군사관학교를 거쳐 군인이 됐다. 그는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부하들과 사선을 넘나들며 평생 신조인 조국, 정의, 진리의 길을 걸었다. 그가 정치군인들과 결별하고 역사를 바로잡는 외로운 작업을 하는 동안 고향의 자연은 포근한 위로가 됐다. <귀향>은 그가 고향에 돌아온 뒤 7년6개월 동안 쓴 글을 중심으로 ‘산과 들의 판타지아’, ‘나목의 숨결 속에도’, ‘서사시 조국을 향하여’ 등 3개의 장에 80편의 시를 선보였다. 군인으로서 분단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을 규탄하고, 두 동강 난 조국에 참회하는 마음과 통일의 그 날을 기다리는 절절한 심경을 기도하듯 염원했다.
<나비 포옹>(도서출판 애지 간)은 늦깎이 시인 이미숙의 두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가르쳐 줄까, 자신을 끌어안고/사뿐 날아오르는 법/시린 손 얹어 동시에/양 어깨를 토닥토닥’(시 ‘나비 포옹 부분’)하며 스스로 위로하는 법을 알려준다. 독자에게 ‘타인에게 위로받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이 스스로를 격려해야 한다’며 비대면 시대를 사는 법을 강조한다.
작가는 ‘싹을 틔우기 위해/흙 속에 발을 묻는 사람도 있지/꽃을 피우려면/햇살과 바람과/한 모금 눈물이 필요해…’(시 ‘1초간’ 부분), ‘최선의 방어는/피하지 않고 온몸을 내어주는 것/내 최대의 공격은/입 닥치고 말없이/적의 짐을 들어주는 것…’(시 ‘쉐도우 복서’ 부분)이라고 썼다.
그는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적잖은 인내를 하다 스스로 토닥이는 법을 배웠다”고도 했다. 그는 삶을 “꽃이든 우레든 지고 이고 시원하게 웃지도 못하고 발끝으로 조심스럽게 걷다가 소소한 바람에도 흔들리기도 하다 어느 순간 나를 배웅하고 또 새로 맞이하기도 하는 것”이라고 썼다. 그래서 그에게 세상은 온통 놀이터가 됐다.
김정숙 평론가는 “시집 <나비 포옹>은 ‘꼼짝없이/시간의 거미줄에 걸려든 채/마모되어가는 작은/날것들의 날개를 들여다보는 일’을 잊지 않은 생에 대한 애정과 태도가 미덕”이라고 해설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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