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근대문화유산인 옛 충남도청의 80~90년생 향나무 담장(원안)을 무단으로 훼손해 물의를 빚고 있다. 송인걸 기자
대전시가 옛 충남도청 울타리를 이루던 80~90년생 향나무 172그루를 베어내거나 옮겨심는 방식으로 울타리 100여m 무단 훼손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시는 훼손 사실을 인정했으나, 시민단체들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충남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대전시가 옛 충남도청의 향나무 담장을 훼손한 사실을 확인하고 대전시에 원상 복구 및 향나무 무단 벌목의 원인이 된 옛 도청 부속시설 수선(리모델링) 사업 중단을 요청했다고 18일 밝혔다. 향나무 담장은 충남도청 건물이 준공된 1932년께 식재된 것으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충남도청 건물과 어울려 충남도청 대전시대의 상징이 됐다. 향나무 울타리는 지난 2006년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반대 집회 당시 일부가 불에 타 복원되기도 했다.
대전시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비와 시비 등 123억원을 들여 소통협력 공간 조성사업을 하면서 지난해 담장 지반에 문제가 발견돼 6~9월 사이 제거했다. 조경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128그루는 베어내고 상태가 양호한 44그루는 양묘장으로 옮겼다”고 훼손 사실을 확인한 뒤 사과했다. 이규원 시민공동체국장은 “철거 과정에서 향나무 울타리의 역사성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공식으로 사과했다. 강영희 시 지역공동체과장은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에 공모하고 향나무 울타리 제거 및 옛 도청 부속시설물을 수선하는 과정에서 소유권을 가진 충남도, 오는 7월 소유권을 넘겨받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문으로 협의하지 않았다. 업무 처리가 미숙했다”고 말했다.
시는 향나무 울타리 제거 등에 위법 여부를 가리는 감사를 벌여 책임자를 문책할 방침이다.
이광진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옛 충남도청은 대전역과 함께 대전의 역사이고, 향나무 담장은 근대문화유산인 도청 건물의 경관을 이루는 상징물”이라며 “관리를 조건으로 옛 도청과 부속시설물을 무상 임대받아 사용해온 대전시가 소유권자 모르게 임대 건물로 정부 사업에 공모하고 또 건물을 리모델링하더니 경관마저 훼손했다. 사실상 범죄 행위로 잘못을 밝혀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