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대전시 행정부시장(오른쪽)이 18일 옛 충남도청 부속건물 리모델링과 담장 향나무 벌목은 불법이라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옛 충남도청에서 수령 100년 안팎의 향나무 100여 그루를 베어내고, 부속건물을 리모델링한 대전시의 ‘소통공간 조성사업’은 담당 공무원들이 법을 위반해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주 대상 사회단체 선정도 특혜 의혹이 있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18일 ‘옛 충남도청사 리모델링 공사’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담당 공무원들이 관련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서철모 대전시 행정부시장은 대전시 시민공동체국이 옛 충남도청 부속건물을 활용한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소유자(문화체육관광부·충남도)의 공식 승인 없이 추진해 공유재산법과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했고, △옛 도청 부속건물 리모델링 규모가 대수선·증축에 해당하나 관할 구청과 협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내진보강 없이 리모델링해 각각 건축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서 부시장은 “시설물 사용에 대한 소유자와 협의·승인, 부속건물 리모델링 관련 법적 절차 이행, 향나무 철거 경위 등을 중점 감사했다. 이성규 시 감사위원장이 당시 담당 국장이어서 이번 감사에서 제척하고 전문인력을 투입해 6명의 감사반을 꾸렸다”고 덧붙였다.
감사 결과를 보면, 시 시민공동체국은 행정안전부의 소통협력공간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된 뒤 2019년부터 올해 말까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를 4차례 방문했으나 옛 도청 소유자인 충남도나 문체부의 공식 승인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부속건물 2층 바닥과 건물 안팎의 계단을 철거하고 건물을 연결하는 복도를 재설치하는 공사는 주요 구조부를 해체하는 대수선과 증축에 해당해 관할 구청인 중구청과 협의했어야 하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또 리모델링 공사 용역에서 내진보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설계에 반영하지 않고 건물 내부만 구조 보강했다.
이 과정에서 수목 1218그루 가운데 481그루를 제거하고 737그루가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폐기된 나무는 경계 수목(담장) 173그루와 청사 안 24그루 등 향나무 197그루 가운데 114그루, 사철나무는 58그루 가운데 36그루, 측백나무 15그루 가운데 10그루, 회화나무 8그루, 히말라야시다 5그루 가운데 3그루 등으로 조사됐다. 폐기된 나무 가운데 그루터기가 있어 수령이 확인된 14그루는 향나무가 3그루로 수령은 55~110년이었으며, 측백나무 5그루는 37~70년, 히말라야시다 45~50년생이었다.
대전시가 소통협력공간을 만든다며 무단으로 베어낸 향나무 담장(원 안)의 훼손 전 모습.
또 서 부시장은 소통협력공간에 시민단체인 사회적자본지원센터가 포함된 것은 사전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사실상 특혜라고 밝혔다. 그는 “이 센터가 소통협력공간에 입주하려면 운영협의회 심의를 거쳐 시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주가 확정된 것처럼 설계에 반영됐다”며 “앞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주 기관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 부시장은 “감사를 통해 사퇴한 담당 과장과 당시 담당 국장 등이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안이 중대하고 비위 정도가 중과실이라고 판단해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피해에 대한 구상권 행사는 징계 대상자들이 시민소통공간을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다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해 좀 더 면밀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은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으로 2019~2021년 3년 동안 국비 60억원과 시비 등 123억원을 들여 대전시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부속건물인 도의회 등을 리모델링해 시민소통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는 옛 도청 소유주인 충남도, 오는 7월 소유권을 넘겨받는 문체부 등의 승인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가 하면, 1932년 충남도청 이전 뒤 담장에 심어 도청의 상징이 된 향나무 173그루를 베어내거나 이식하고 담장 안의 37~110년생 조경수목을 잘라내 물의를 빚었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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