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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 판본, 야은 영정…도난당한 문화재를 찾습니다”

등록 2021-03-22 17:27수정 2021-03-23 11:28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충남 도난 문화재’ 리플렛 제작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역사박물관이 제작한 `충남 도난 문화재' 리플렛에 실린 서천 문헌서원 가정·목은 선생 목판, 금산 신안사 업경대 사자상, 태안 안면읍 승언리 상여 말 탄 저승사자상, 서산 문수사 금동여래좌상(위 왼쪽에서 시계 방향).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역사박물관이 제작한 `충남 도난 문화재' 리플렛에 실린 서천 문헌서원 가정·목은 선생 목판, 금산 신안사 업경대 사자상, 태안 안면읍 승언리 상여 말 탄 저승사자상, 서산 문수사 금동여래좌상(위 왼쪽에서 시계 방향).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전에 유물을 되찾아 다시 서원에 모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그분의 소망이세요.”

민정희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역사박물관장은 22일 ‘돌아와야 할, 충남 도난 문화재’ 리플렛을 제작한 이유를 묻자 조상의 문집 목판본을 도난당한 뒤 죄인처럼 살아온 한산이씨 대종회 후손의 삶을 전했다.

이 목판을 도난당한 곳은 충남 서천군 기산면 영모리 문헌서원 장판각이다. 이 장판각에는 고려말 대학자인 가정 이곡(1298~1351) 선생과 아들 목은 이색(1328~1396) 선생의 문집을 나무에 새긴 판본이 보관돼 있었다. 두 분의 문집은 조선 사회의 정신적인 뼈대를 이룬 성리학과 고려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다. 목은 선생은 조선 개국 당시 태조 이성계에게 굴하지 않고 절개를 지켜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와 함께 ‘삼은’으로 칭송받는 바로 그분이다.

민 관장은 “1991년 5월14일 장판각 벽체가 부서지고 975판 가운데 180판이 도난당했다. 2006년 경기도의 한 골동품 상점에서 그 일부인 41판이 회수됐으나 139판은 여전히 30년째 행방을 알 수 없다”며 “아흔넷이신 후손이 세상을 떠나기 전 되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계신다”고 안타까워했다.

‘돌아와야 할, 충남 도난 문화재’ 리플렛은 관광안내지도처럼 접이식으로 제작됐다. 2단 12쪽 양면에 문화재 44점의 사진과 도난 일시, 장소, 발견 시 연락처 등이 컬러로 인쇄돼 있다. 도 역사박물관은 충남도에서 도난당한 문화재 최소 41건, 625점 가운데 대표적인 도난 유물 등을 정리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제작한 ‘돌아와야 할, 충남의 도난 문화재’ 리플렛, 지역별 주요 도난 문화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제작한 ‘돌아와야 할, 충남의 도난 문화재’ 리플렛, 지역별 주요 도난 문화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눈에 띄는 도난 문화재는 △야은 길재 선생 영정(현종 12년(1671년) 제작, 2003년 금산군 부리면 불이리 청풍사) △목각사자상(시대 미상, 높이 130㎝·높이 140㎝, 1999년 금산군 제원면 신안사) △김옥균 선생 차일석(대한제국, 크기 30㎝, 2014년 아산시 영인면 아산리 묘소) △보령 성주사지 5단 돌계단(통일신라, 1988년, 보령시 성주면 성주사지) △태안 안면읍 승언리 상여 조각품 말 탄 저승사자상(조선말, 왕실하사품, 2005년 안면도 승언2리) △서산 문수사 금동여래좌상(고려 충목왕 2년(1346년), 1993년 서산시 운산면 태봉리 문수사 극락보전) 등이다.

신안사 목각사자상은 죽은 이의 생전 죄가 비친다는 거울인 업경대를 지고 있는 사자 모양 조각으로, 주로 절집의 지장보살 옆을 지킨다. 안면도 승언리 말 탄 저승사자상 조각은 상여의 위쪽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누군가 떼어 갔다. 문수사 금동여래좌상은 조선시대 화마도 피해간 극락보전의 뒤쪽 벽체에 구멍이 뚫린 날 새벽에 종적을 감췄다. 이 불상은 고려말 불상 양식을 대표해 국보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도난 문화재 리플렛에는 1910년 창덕궁 궁내부박물관에서 도난당한 이충무공의 쌍룡검 2점, 논산 충헌공 윤전 재실 문짝, 당진 광주이씨 한음 선생 영정, 서산 김유경묘 양석·장명등 석조물, 월남 이상재 선생의 친필 병풍 등도 실렸다. 민정희 관장은 “신고가 안 된 도난 유물이 상당히 많고 문중, 절집 등에서 소장하는 문화재 가운데 나라의 보물이 될만한 소중한 유물도 많다”며 “박물관 등에 기증, 기탁하면 도난·파손 걱정을 덜 수 있다. 또 유물을 보존 처리해 안전하게 후세에 전하고 전문가들이 연구해 널리 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병희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은 “조상의 숨결을 간직한 소중한 문화유산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이 있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평상시 유물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041)840-5082.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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